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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是是非非]정부, ‘가상화폐 거래금지’ 하나? 못 하나?

조원희 변호사 / 법무법인 디라이트


‘가상화폐 투기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강조한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할 수 있을까? 없을까?

헌법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하면서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은 인정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가상화폐 매매라는 ‘재산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느냐, 그리고 시장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게 흘러가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3일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에 이어 28일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까지 발표했다. “비정상적인 투기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최후의 카드까지 꺼내 보였다. “가상통화 동향과 투기확산 정도 등을 봐 가며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단호하고 신속하게 취해나가겠다”고 전제한 뒤 “법무부가 제안한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놓고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거래소 폐쇄’ 등 거래 금지를 언급하자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일단 정부가 내놓은 ‘가상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의 핵심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다. ‘본인임이 확인된 은행계좌와 가상화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가상계좌 이용자는 본인 계좌로 옮겨야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가상계좌의 신규 발급이 전면 중단된다.

정부의 대책에 따라 연초부터 신규 거래가 막혔다. 은행들이 실명확인 입출금 시스템을 갖추는 데만 2~3주 가량 시간이 필요해 빨라야 1월 말 전후로 신규 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법무부가 제안한 가상통화 거래소의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며 ‘가상화폐 거래 전면금지’ 카드를 꺼내 보였다는 것이다. 시장에 던진 강력한 경고 메시지에 비트코인 가격은 15% 이상 폭락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금지’를 경고하면서 과연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만약 가능하다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은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정부가 지적한 것처럼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불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상화폐가 총이나 마약처럼 그 자체로 불법이 아닌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시키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거래를 중단시키기 위해선 법적인 절차부터 갖춰야 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하고,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기 위해선 ‘재산권의 보장’이 아닌 ‘공공필요에 의한 제한’을 위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 가상화폐는 사실상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면금지를 강제하면 자산 가치는 크게 하락한다. 거래금지로 인해 처분 이익의 실현도 불가능해진다.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지금 상황에선 ‘거래 금지’를 위한 ‘공공필요’가 그만큼 크다고 보기 힘들다. 결국 정부가 ‘거래 금지’ 카드를 꺼내 들 만큼 공공복리를 해치는 상황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 비트코인 거래로 손해를 입은 변호사가 정부를 상대로 특별대책 등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구 내용의 타당성은 차치하고라도 전면금지까지 고려하겠다던 정부로서는 변호사 당사자의 헌법소원이 달갑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물론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중국이 신규 코인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ICO)을 전면 금지했고, 가상화폐의 위안화 인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전면 금지는 관치금융이 가능한 중국에서나 가능한 뿐, 금융 선진국에서는 유사한 예를 찾기 어렵다.

미국만 해도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출시하는 등 가상화폐를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인정하는 등 세계 각국이 가상화폐의 합리적 규율을 위해 분주하다. 유독 한국 정부만 ‘전면금지’를 내세우며 규제의 강도만 높이는 상황이다.

정부의 특별대책이 발표된 지 이틀 후 리플 가격이 하루 사이 50%가량 급등했다. 가상화폐 시가 총액에서 이더리움을 밀어내고 2위에 올랐다. 리플은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채굴의 개념이 없다. 발행업체인 리플사가 발행 등 가상화폐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많은 발행량으로 인해 초기의 시세변동은 적었으나, 발행업체가 물량조절을 나서고 리플 블록체인을 이용한 송금 연동 테스트에 성공하면서 폭등했다는 설명이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유가 있으면 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시장의 원리이기도 하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마켓이다.

가상화폐에 투기수요가 몰리는 것은 우려할 사항인 것은 맞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특별히 가상화폐 투기의 광풍이 불고 있다면 과연 그것이 우리 국민이 유독 투기를 좋아해서 일까? 아니면 사기성이 있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쉽게 이리저리 쏠리기 때문일까?

이에 대해 답하기는 쉽지 않다.

돈이 몰리는 곳에 꾼이 없을 수 없다. 월가의 탐욕이 여기라고 왜 없겠는가. 어찌 보면 금융제도 자체가 인간의 물욕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닌가. 노스웨스턴 로스쿨의 존 맥기니스는 “비트코인이 성공한 것은 정치에 휘둘리는 통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나 정치권이 금융에 관여하면 할수록 가상화폐가 성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금융시스템, 더 나아가 경제정책의 실패가 결코 가상화폐의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떨까?

누구는 10만 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하고, 누구는 곧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도 확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가상화폐는 계속해서 발행될 것이고, 훨씬 더 정치한 가치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기술이 블록체인 기술의 일부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이분법으로 분리할 수는 없다.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향후 금융제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블록체인의 태생부터가 그렇다. 그렇다면 정부도 미리미리 유연성을 갖는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손쉬운 관치금융의 유혹에서 벗어나 ‘게임의 룰’을 만들어가는 혜안과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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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은?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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