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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四通八達]모험자본(벤처캐피탈)과 암호화폐 자금조달(ICO)

조원희 변호사 /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항해 시대가 있었다. 유럽 국가들이 배를 타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교역에 나서던 때다. 15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으로 상황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항상 큰 위험과 마주했다. 해적은 일상이고, 험악한 기상변화에 난파가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죽음의 그림자를 뚫고 줄기차게 바다로 나갔다. 살아서 돌아오면 몇십 배, 몇백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과 삶을 반복하면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이뤄졌다. 선박 기술은 획기적으로 좋아졌고, 투자위험을 분산시키는 보험이 생겨났다. 주식회사도 동인도회사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대항해 시대에 탐험가들이 ‘도전과 응전’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모험자본(Risk Capital),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험자본이 모험거래를 통해 기술과 제도의 혁신을 주도한 셈이다.



21세기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험자본은 동전의 양면처럼 혁신과 맞닿아 있다. 사람들은 스타트업하면 자연스럽게 벤처캐피탈을 떠올린다. 겨우 팀을 꾸리고 아이디어 밖에 없는 초기 기업에 돈을 넣는 모험자본이 없었다면 지금의 실리콘밸리도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눈을 돌려 한국 상황을 살펴보면 고개가 좌우로 흔들린다. 한국의 벤처캐피탈이 모험자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극소수의 몇 곳을 빼고는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단 제품이 나오고 상장(기업공개)이 가시화되면 그제야 스타트업에 투자한답시고 나선다. 아니면 투자자란 이유로 과도하게 경영에 간섭하면서 스타트업들의 목줄을 쥐고 흔들기도 한다. 정부가 모험자본을 육성하겠다고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지만 초기 기업들은 여전히 모험자본에 목말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영간섭이나 채무보증·연대보증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고 가능성만을 보고 투자하면서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새로운 모험자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신규 코인을 발행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다.

우리나라도 암호화폐(가상화폐) 광풍이 어느 정도 잦아 들면서 한 켠에선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자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청와대도 지난 14일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가상통화 거래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불투명성은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존 입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톤은 사뭇 달랐다. 정부도 이제는 큰 그림을 보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책을 발표한 지난 해 9월 이후 약 6개월 동안 국내 블록체인 산업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촉각을 세우느라 우왕좌왕했다. 금융위원회가 모든 ICO를 금지시키겠다는 발표 이후 실제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ICO가 단 한 건도 없었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ICO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함께 참여 금지국으로 지정되기 일쑤였다. 국내업체들은 부득이 ICO가 적법한 국가를 찾아 나섰고, 아이콘과 메디블록 등은 스위스와 지브롤터 등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해외를 봐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강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지만, 암호화폐를 필두로 한 블록체인 산업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다. 특히, ICO와 연계된 산업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ICO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 ICO 참여 일정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 개별 코인을 분석해 주는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도 ICO에서 발행되는 코인을 다루기 시작했다. 백서는 점점 더 충실해지고, ICO에 참여하는 개발자나 어드바이저 그룹에도 전문적 인력들이 보강되는 추세다. 최근 ICO 사례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투기로만 치부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기술과 투자자들의 큰 흐름도 엿보인다. 텔레그램이 프리세일(pre-sale)만으로 1조 원에 육박하는 8억5,000만 달러를 기관 투자가로부터 유치했다는 소식도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ICO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정부의 정책이 암호화폐 시장과 맞물려 있는 한, 시장의 변동성이 안정권 내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정부가 구체적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기다 선거와 정치라는 변수까지 맞물려 있어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이제는 한두 걸음 앞서를 볼 시점이다. 다양한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며 좀더 현실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간 필자는 여러 블록체인 업체들과 함께 ICO가 가능한 국가들을 다양하게 조사해 왔다. 그리고 현지 법무법인, 회계법인, 금융기관 등과 관련 절차를 논의해 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어느 나라든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과 ICO 남용의 규제라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그에 대한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름의 독자적 절차를 통해 합리성과 투명성을 기하고 있다. 그래서 ICO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스위스, 싱가폴, 에스토니아, 지브롤터, 홍콩 등에서의 ICO 절차를 소개하려고 한다. 또 호주, 일본, 미국, UAE 등 다른 나라들도 있지만 실제로 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ICO를 진행하기 어렵거나 ICO 사례가 적어 이런 곳은 제외했다.

“불법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낼 사람은 없다. 사기나 불법 다단계, 신용공여 등은 철저하게 금지해야 한다. 동시에 변화 발전하고 성장·성숙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ICO에 대한 규제도 새롭게 살펴봐야 할 시점이 됐다. ‘묻지마’ 식의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점은 지났다고 본다. 이제 정부의 규제 완화와 시장 참여자의 자정 노력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키워 나가야 한다. 블록체인 산업의 건실한 성장을 기대하며 연재를 시작한다.

※ 편집자 주

조원희 변호사는 서울대 인문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지난해 법무법인 디라이트를 새로 만들면서 스타트업과 ICO 관련 자문을 활발히 하고 있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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