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파이낸셜 블록체인] P2P 지급결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Ⅱ

  •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2018-04-30 10:50:23
[파이낸셜 블록체인] P2P 지급결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Ⅱ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가 카드사나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대체할 수 있을만큼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데도 불구하고 왜 쉽게 확산되지 않을까? ‘P2P 지급결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Ⅰ’에 이어 오늘 글에서 논의할 주제이다. 이에 대한 답은 카드사나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경제적 이유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논의의 단순화를 위해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로 논의를 한정해보자.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는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와 비교해보면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장점은 누구에게나 개방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는 개인 간의 지급결제를 완결하는 데 있어 직면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제약을 거의 완전하게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한 가지 단점이 있다. 폐쇄성이다.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는 은행을 통한 지급결제만 지원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보다 더 폐쇄적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설계한 가장 큰 이유도 여기 있다. 은행이 필요없는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은행이 중간에 개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은행이 중간에 개입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 없이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할 때처럼 지급결제를 완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좀 더 깊게 알게 되면 우리는 그동안 은행에 속았던 것일까하며 의심하게 된다. 비싼 지급결제 수수료를 치러야 했다면 더욱 그럴 수 있다.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해 편리했던 경험을 당연할 것처럼 느낄 때 더더욱 그럴 수 있다. 한편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에서도 은행과 같은 역할자가 필요하다. 이들은 채굴자 또는 작업증명자로 불린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를 완결하기 위해서다. 이들도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은행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채굴자 또는 작업증명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세 번째 장점은 지급결제의 절차가 간편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장점과 두 번째 장점이 상호작용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장점이다.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가 갖는 폐쇄성은 각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또다른 중간자를 필요로 한다. 특히 해외송금의 경우가 그렇다. 해외송금이 완결되기 위해서는 송금은행에 송금수수료, 해외송금 전신(message)을 전달해주는 SWIFT에 전신료, 중간에서 입금통지를 하는 중개은행에 중개수수료, 수금은행에 수취수수료가 지불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는 국경없는 거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 뿐만 아니라 어떤 중간자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를 교환할 수 있는 거래소만 있으면 된다. 그만큼 지급결제(해외송금) 수수료도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참고로 스마트 계약 기술이 블록체인에 접목될 경우 세 번째 장점이 더 도드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으로 미루자. 복잡하니까.

네 번째 장점은 어느 누구도 지급결제로 생성된 정보를 독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을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이라고 일컫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는 지급결제로 생성된 정보를 독점한다. 모든 지급결제 정보를 한 곳에 집중하고 관리한다. 그래서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분산원장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중앙집중원장(centralized ledger)이라고 일컫는다. 이는 은행에게 있어 새로운 이익창출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재 은행은 지급결제 수수료로도 충분히 배불러서인지 지급결제로 생성된 정보를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편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에서는 모든 지급결제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거래되고 기록된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대로라면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니 버려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소위 블록체인 옹호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최근 열린 한 언론사의 행사에서 들었던 바에 따르면 말이다. 그들의 블록체인에 대한 찬양은 매우 형이상학적이다. 또는 추상적이다. 예를 들면 세계 4대 블록체인 중에 하나인 리플(Ripple)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스테판 토마스의 발표내용은 매우 실망적이었다. 그나마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리플의 최고기술책임자가 그저 추상적인 명사만을 늘어 놓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잔뜩 기대한 필자가 잘못한 것일까?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가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ties)에서 찾을 수 있다. 네트워크는 본질적으로 참가자가 많을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특성을 갖는다. 네트워크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을동이가 갑순이와 병식이에게 1비트코인을 각각 송금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갑순이와 병식이는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 때 을동이는 갑순이와 병식이에게 1비트코인을 송금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갑순이는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을동이는 갑순이에게 1비트코인을 송금할 수 있지만, 병식이에게 1비트코인을 송금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이제 갑순이와 병식이도 비트코인 전자지급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을동이는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고도 갑순이와 병식이에게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다.

은행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사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걸리고, 비용이 소모되지만 어느 누구도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누구나 은행 계좌 하나쯤은 갖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는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처럼 이용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네트워크가 빠르게 확산되고 형성되었다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아마도 함성을 크게 질렀을 듯싶다. 은행의 지급결제 네트워크에서 거래되는 자금이 모두 암호화폐로 교환되는 만큼 거래소는 환전수수료를 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일은 지금까지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약 1,520여 개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세상에 소개되었음에도 말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는 아마도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꾀를 낸 것 같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거래(on-chain transaction)가 없더라도 암호화폐 자체를 매매하게 만들면 거래소는 중개수수료를 벌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 블록체인에 기반한 네트워크가 확산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 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호가경쟁 방식으로 암호화폐 매매를 중개하면서 암호화폐의 시장가치가 실질적인 교환가치와 괴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환가치의 안정성은 암호화폐가 지급결제의 수단으로 이용되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는 암호화폐의 시장가치가 상당히 변동적일 경우 어느 누구도 암호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쓰려고 하지 않을뿐더러 받지도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제는 1비트코인으로 순대국 한 그릇을 사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1비트코인으로 순대국 열 그릇도 거뜬히 사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어제보다 오늘 순대국 한 그릇을 사먹는 게 낫다. 순대국집 사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오늘 순대국 한 그릇을 파는 것보다는 어제 파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또한 오늘 1비트코인을 받고 순대국 열 그릇을 팔았는데 내일이 되면 1비트코인이 순대국 한 그릇 값도 안되면 오늘은 엄청난 손해를 본 것과 같다.

암호화폐가 거래소에서 호가경쟁 방식으로 매매되고 중개되는 것이 나쁜 것일까? 호가경쟁 방식의 매매는 매도호가(sell price)와 매수호가(buy price)가 서로 경합하면서 가장 낮은 매도호가와 가장 높은 매수호가의 거래량이 일치하면 먼저 접수된 호가로 거래가 성사되는 매매방식이다. 대개 주식 거래에서 쓰이는 매매방식이다. 또한 거래소가 중개하는 호가경쟁 방식의 암호화폐 매매는 블록체인과 전혀 상관없이 일어난다. 생각해보자. 암호화폐는 본질적으로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서 고안됐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의 실질적인 교환가치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거래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에서 블록체인에 의한 거래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네트워크는 쓸모있을까? 이미 암호화폐가 발행될만큼 발행된 네트워크에서 말이다. 그 네트워크가 쓸모없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암호화폐도 쓸모없다고 봐야 한다. 이 점에서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호가경재 방식으로 매매를 중개하는 것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본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왜곡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이유도 마저 설명하고 싶지만 지면의 한계상 다음 편으로 미루어야 할 듯싶다. 또한 다음 편에서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급결제 네트워크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야 지금과 달리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P2P 지급결제와 블록체인의 역할 Ⅲ’을 기다려주기를 독자께 부탁 드린다.


<저작권자 ⓒ 디센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