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생태계를 둘러싼 화두의 한 축은 단연 플랫폼 전쟁이다. 비트코인이 자산 전송의 혁신을 통해 금융을 바꿀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이더리움과 블록원(EOS), 카르다노(ADA), 네오, 퀀텀 등 플랫폼형 블록체인들은 금융을 넘어 전체 산업을 혁신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다. 마치 PC의 윈도우, 또는 모바일의 안드로이드나 iOS의 자리를 꿰차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의문 중 하나는 블록체인 세상의 마이크로소프트가 과연 지금 이름을 알린 이들 프로젝트 가운데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수많은 플랫폼 형 블록체인들이 생태계 구축을 시작하고 나선만큼 새로운 주자가 자리 잡기에는 다소 늦은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반면 지금의 블록체인은 초기 중의 초기 시장이므로 후발 주자가 등장하는 것은 언제든 이상할 것 없다는 시각도 있다. 새로운 도전자는 등장할 것인가. 이들은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까.
지미 정(Jimmy Zhong) IOST대표는 IOST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IOST는 지난해 등장한 플랫폼형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ICO(암호화폐 공개)를 거치지 않고 세콰이어 캐피탈 등 33개 기관 투자자들의 초기 투자만으로 자금 조달을 마무리 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더리움은 처리 속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있고, EOS는 성능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보안과 탈중앙화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OST는 EOS만큼 성능을 내면서도 보안이나 탈중앙화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게 IOST가 이루려고 하는 하나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지미 정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8일 서울 신논현에 있는 디센터 본사에서 약 한시간 30분 가량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관투자자에게 제공한 IOST의 프리세일 가격까지 공개하는 등 IOST의 목표와 로드맵, 현재 플랫폼형 블록체인이 안고 있는 문제, IOST의 기술적 특징들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IOST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블록체인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왜 블록체인 위에서 여러 서비스가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가.
: 블록체인을 가지고 사람들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내가 비트코인을 처음 접한건 2013년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할 때다. 당시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던 교수를 통해 비트코인을 이해하게 됐는데, 당시에는 블록체인이라는 콘셉트도 없었고,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개인키를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자산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시스템으로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식됐다.
이후 2015년이 돼서 ‘어린 아이(young kid)’ 시절의 비탈릭 뷰테린을 한 밋업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이더 가격이 10센트 시절로 아무도 그를 모를 때였지. 비탈릭 뷰테린은 블록체인으로 더 많은 사용 사례(Use Case)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던 거였다.
이를 테면 온라인 광고 시장을 보자. 무려 200조원이 넘는 시장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온라인 광고시장을 지금 쥐고 있는데, 데이터의 절대 독점권을 이들이 가지고 있다. 광고 클릭수나 열람횟수에 대한 데이터를 업체 한 곳이 쥐고 있고, 이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만 믿어야 하는 것이 지금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데이터가 공정하다고 보장할 방법이 없다. 아무도 확인할 수 없으니 데이터 조작도 가능하다. 이 데이터는 당연히 업체들의 비즈니스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만약에 블록체인으로 전환한다면? 데이터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NS도 마찬가지다. 지금 SNS 가입자의 콘텐츠로 돈을 버는 것은 SNS 업체다. 사용자에게는 어떤 수익도 주지 않는다. 만약 블록체인 상에서 이런 서비스를 암호화폐와 연계한다면 사용자와 플랫폼 사이의 생산관계를 철저하게 계산해 정보의 실제 가치를 이용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이른바 블록체인 경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인터넷이 이뤄놓은 성과에다 사람들 사이의 신뢰 관계를 보다 투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더하게 된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그 위에서 돌아가는 여러 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번 분산화되면 공정성이 부여된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비트코인은 은행을 바꿨지만 블록체인은 지금 돌아가는 세상을 바꾼다. 세계는 은행보다 더 넓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플랫폼을 지향하는 프로젝트로서 IOST에서 구동하기에 적합한 사용사례(Use Cae)는 어떤게 있다고 보는가?
: 내가 이더리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이유는 확장성(Scalabilty·처리 속도의 개념)떨어져 너무 느리고 그 외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IOST 위에서는 앞서 말한 SNS나 온라인 광고시장, 탈중앙화 거래소 등이 모두 구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다른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의 속도 문제, EOS의 탈중앙화 훼손 문제를 언급한 것을 봤다. IOST는 이들과 비교할 때 어떤 차이점을 두고 있나.
탈중앙화와 확장성 이야기를 해보자. 비트코인의 경우 확장성이 중요한 이슈는 아니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확장성 자체에 신경 조차 쓰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확장할 필요가 없었다. 이더리움은 다른 케이스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최신 블록체인 들은 얼마나 탈중앙화하느냐, 얼마나 빠르냐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탈중앙화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제약 없이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이나 구글이 중앙화한 모델인데, 이는 곳 하나의 주체가 모든 것을 콘트롤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를 탈중앙화하고자 할 때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속도다.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수록 더 느려지게 된다. 각 참여자들이 합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만약 내가 빠른 컴퓨터를 가지고 있고 다른 참여자는 느린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두 사람이 같이 합의할 때는 더 성능이 낮은 컴퓨터의 속도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
EOS는 이같은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명적인 방법을 택했다. 교실에서 100명의 초등학생이 수학 문제를 푼다고 치자. 100명이 다 같은 답을 낼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EOS는 100명의 초등학생 대신 3명의 박사들한테 문제를 풀게 한 꼴이다. 더 좋은 컴퓨터, 수퍼컴퓨터를 지닌 더 작은 그룹이 합의에 도달하도록 해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편집자주 : EOS는 DPOS라는 합의구조를 이용한다. 이는 전체 네트워크에서 21명의 블록프로듀서들만이 블록을 생성하고 배포할 권리를 갖는 구조다. 이들은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선출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블록체인 시스템이 존재하는 그 목적 자체는 공정함이다. 그게 탈중앙화를 통해 구현되는 거다. 그런데 EOS의 시스템에서는 단 21명의 대표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끼리 연합하거나 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 외부에서 21명의 연산력을 뛰어넘는 디도스 공격을 할 수도 있다. 속도를 위해 너무 많은 탈중앙화의 가치를 희생하는 치명적인(brutal)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블록체인 위에서 서비스를 돌리는게 목적이라면 EOS의 DPOS방식은 충분히 탈중앙화된 것 아닌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광고 시장 예시처럼 사업자들이 데이터가 투명하게 만들어지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게 핵심이라면 21명의 수퍼노드만 합의하는 구조가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 탈중앙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안성과도 관련이 깊다. 앞서 말했듯 21명의 수퍼노드가 있는데 자기네들 끼리의 짬짜미(담합)가 충분히 가능하다. 굉장한 부자라면 21개 노드를 외부에서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보안은 큰 문제다. 물론 사업의 종류에 따라 충분할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 탈중앙화 거래소를 구축한다고 했을 때 자산이 걸린 문제에서 21명이 결정하는 방식은 결코 충분하지가 않다.
게다가 블록프로듀서를 뽑는 방식도 자동 알고리즘이 아니라 사람이 뽑는다.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완전히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EOS의 미래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최근에 나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백서를 보면 결코 5년안에 이뤄낼 수 없는 일들을 이뤄내겠다고 공언하곤 한다. 자기네들이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발표를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풀어야 하는 문제들은 말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순환성 그래프(DAG) 합의구조로 프로젝트를 설계하겠다는 IOTA같은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이 구조는 100명을 3그룹으로 나눠 33명이 문제를 풀게 하는 방식이다. 근데 이 구조에서는 문제를 풀고 끝난다. 노드들이 상호작용을 할 수 없다. 노드간 관계가 순환관계가 없는 일종의 병렬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노드가 상호작용을 못해서 스마트 콘트랙트를 구현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는 스마트콘트랙트가 핵심 인프라스트럭쳐 아닌가.
과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단순하고 안정된 블록체인을 보면, 화려함이 아니라 단순함을 갖추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간결한 길만을 선택하는 식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하나의 간결한 목표를 이룰 것이다. 바로 EOS 만큼 (보안과 탈중앙화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EOS가 내는 성능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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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록기자 rok@
/김연지 인턴기자 yjk@
-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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