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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인터뷰] "J노믹스, 정책목표-수단 괴리 커...과감히 수정·보완 해야"

'임금인상=생산성 향상'은 가설

전 세계 어디서도 입증 안돼

최저임금·대기업 법인세 인상 등

검증 안된 정책 밀어붙이기 위험

경제팀 성장률 진단도 매우 안이


한국경제학회 차기 회장에 선출된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사상 첫 여성 회장’이란 역사를 썼다. 하지만 학계에서 이 교수는 굳이 ‘여성’으로 수식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의 한 경제학자는 “이 교수는 통계청장을 지내고 국회 예산정책처, 민간 경제연구소 등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은 경제전문가”라며 “무엇보다 학자는 객관적인 분석과 검증 없이 ‘주장’하지 않는다는 기본을 철저히 지켜 귀감이 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학자는 검증 없이 주장해선 안된다’는 점부터 강조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영향에 대해서도 “입증이 안됐으니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취약계층 고용이 위축된다고 짐작은 할 수 있다”면서도 “정책 시행이 5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서 영향을 단정 짓는 건 성급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객관적 검증 없이 밀어붙이는 경제 정책에 대해선 망설임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은 조목조목 문제를 짚었다.

“소득주도성장의 목표도 결국 성장인데 성장을 하려면 생산성이 오르든지 자본과 노동의 투입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재분배라는 정책 수단만으로 이를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정책 목표와 수단 간 괴리가 크다는 얘기죠. ‘임금을 올리면 생산성이 향상 된다’ 등 가설 역시 전세계 어디에서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정책은 목표마저도 불분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 인상. 이 교수는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총소득을 올리기 위함인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함인지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며 “목표가 총소득 인상이라면 최저임금은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해서 한계가 있고 불평등 해소라면 개인 단위 지원이라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KDI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빈곤층(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에 속하는 비중은 30.5%에 그친다. 최저임금 대상자 중에는 여유 있는 집에 사는 청년 아르바이트생 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다면 가구 단위로 지원하는 근로장려금(EITC) 등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법인세 인상 역시 문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법인 소득은 주주와 노동자, 경영자에게 다 나눠지는 건데 여기에 세금을 강화한다고 소득 재분배가 될지 의문”이라며 “세수 증대가 목표라면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효과가 낮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서 양극화 해소라는 뼈대는 살리되 문제점은 과감히 수정·보완하자”고 제안했다.

경제팀이 세계 경제의 큰 그림을 못보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세계 경제의 개선 흐름이 내년부터 꺾인다는 경고가 나오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도 파급력이 클 텐데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간 무역분쟁은 근본적으로 패권 다툼이어서 타협이 어렵고 어느 쪽이든 출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한국은 이들 나라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흐름이라는 경제팀 진단도 안이하다”며 “지금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수출 외에 제대로 성장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기업을 옥죄는 정책이 많아 어떻게 성장 동력을 확충하겠다는 건지 걱정”이라며 “내 주위에도 자식한테는 절대 기업 안 시키겠다는 경영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두고서는 “시장에 충분히 신호를 주면서 천천히 금리를 올리라”는 주문을 내놓았다. 그는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으니 하루빨리 경제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경제학회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경제학계가 학파와 진영에 따라 나뉘어 건강한 토론과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객관적이고 치열한 토론의 장을 통해 정부에 제대로 된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

서민준 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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