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디센터 에디터스 레터>통계청, G20, 그리고 베네주엘라

7월 4주차


통계청과 G20, 베네주엘라와 관련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모두 지난 7월 4주차에 디센터가 전해드렸던 뉴스의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을 이번주 독자들께 드리는 편지의 소재로 삼은 이유는 이 세 주체의 최근 행보를 모아보면 현재 지구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층위의 암호화폐 논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7일 통계청은 드디어 블록체인 산업분류를 확정했습니다. 이제 9월부터 거래소는 더이상 통신사업자가 아닌 암호 자산 매매 및 중개업자가 됐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암호화폐는 인정하지 않지만 블록체인은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 바로 블록체인 산업에 이름을 지정해주는 이번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블록체인 산업은 각종 통계에도 잡히고 여러 지원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 그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한국에서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또다른 소식을 통해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의의 결이 달라지고 있음을 우리는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간 열렸던 G20에서 각국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장들은 ‘암호화 자산(Crypro-assets)은 법정화폐로서의 핵심 속성이 결여돼 있다’는 내용의 논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내용 자체는 크게 새로울 것 없습니다만, G20이 꾸준히 암호화폐를 암호화 자산이라고 표현하는 점, 그리고 국무총리실에서 G20회의 후 낸 설명자료에서도 이를 암호화 자산이라고 그대로 표현하는 점은 지난 3월 국제 공조가 시작된 이후 달라진 점입니다.

이는 정부가 통계청의 산업분류 작업과는 또다른 단계에서 암호화폐를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암호화폐는 층위가 다양합니다. 블록체인이 도대체 뭔지 기술의 영역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단계가 시작일 것입니다. 그리고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 일종의 금융투자상품으로서 논의하는 암호화자산 영역이 존재합니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는 과연 화폐의 기능을 할 수 있는가, 화폐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가’하는 통화의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올초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블록체인은 산업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로서의 논의입니다. 규모로 치면 어느 정도일까요.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시장은 2024년까지 약 8조4,000억원 규모로 커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상품으로서의 암호화폐, 즉 암호화자산의 영역은 이미 325조원 시장입니다. 이에 G20을 계기로 국무총리실에서 암호화자산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가 이제 ‘블록체인 육성’ 이라는 기술 단위 논의와는 또다른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연구한다는 방증입니다.

어떤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거래소와 ICO 관련 규제가 포함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증권형 암호화폐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를 넘어, 일반 기업이 주식 자체를 암호화폐로 발행할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필연적으로 포함됩니다. 암호화자산이라는 층위를 인정한 이상 주식과 부동산 등 기존 자산이 암호화돼 거래하는 세계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제 현대차의 주식으로 밥을 사먹는 시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물론 그 결론이 언제날지는 장담하기 힘듭니다. 그 방향이 억제로 갈지, 진흥으로 갈지도 불투명합니다. 어쩌면 암호화 자산이라는 용어 자체가 화폐로서의 기능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암호화폐는 잘해야 자산일 뿐이라는 G20의 또다른 프레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구상의 주요 국가들이 암호화폐의 자산적 기능을 논의하는 또다른 단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편견없는 논의가 이뤄지기 바랄 뿐입니다.

지난주 발생 뉴스 중 정점은 베네주엘라가 찍었습니다. 디센터는 지난주 마드로 베네주엘라 대통령이 현지 법정화폐 볼리바르를 개혁하면서 이를 자체 발행 암호화폐 ‘페트로’와 연동하겠다는 발표를 한 사실을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현실 세계에서 어느 국가도 암호화폐를 법정화폐의 지위로 끌어올리려는 곳은 없었습니다. 이번 발표전까지는 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저부터 의문이 듭니다. 8월 20일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다지만 미리 유추해보면 이렇습니다. 페트로는 베네주엘라 정부가 자국 원유와 연동해 발행한 암호화폐입니다. 이를 볼리바르와 연동하게 되면 결국 베네주엘라 법정화폐가 원유가격에 연동되는 구조가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현재 법정화폐의 세계에서는 말이 안되는 구조이지요. 법정화폐가 실물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가 되는게 당연한 일인데, 이제는 원유가격이 하락하면 자체 법정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원유가가 상승하면 화폐 가치가 오르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베네주엘라의 현 상황을 보면 오히려 이게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2006년만 해도 100볼리바르의 가치는 약 60달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7월 현재 현지에서 약 2달러에 못 미치는 브라질산 수입쌀 1㎏이 22만 볼리바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IMF는 올해 여기에서 추가로 베네주엘라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100만%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돈이 돈이 아닙니다. 반면 원유가격은 어떨까요. 연간 변동율이 많아봐야 수십 퍼센트입니다. 정부의 신용으로는 연간 100만%에 이르는 법정화폐의 가치 변동을 막을 수 없는데, 원유를 기반으로 한 페트로에 연동시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볼리바르의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그들은 판단하는 듯 합니다.

베네주엘라의 이번 계획은 암호화폐의 세계에서도, 법정화폐의 세계에서도 커다란 실험입니다. 물론 이와 함께 통계청의 산업분류 지정도, G20의 암호화자산 논의도 모두 각 층위에서 의미있는 발걸음입니다. 이렇게 기술로서, 상품으로서, 화폐로서 세계 각국의 암호화폐 논의는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디센터는 새롭게 시작되는 8월에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영역에서 개인과 산업계, 금융계, 각국 정부의 동향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김흥록기자 rok@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 저작권자 ⓒ 디센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