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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유니콘기업 3.5일에 하나꼴 탄생...창업 인프라 실리콘밸리 압도

현지에서 본 현재 중국 경제의 힘

'잉단' 등 HW 액셀러레이터, 유망 아이디어 사업화 도와주고

용산 전자상가 20배 달하는 '화창베이'는 자재 공급망 역할

韓 스타트업서 구글·애플 등 글로벌기업까지 선전으로 몰려


중국 선전시 난산구에 위치한 제조업 액셀러레이터 ‘잉단’ 본사 1층 로비에서 안내로봇과 서빙로봇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위쪽 사진). 세계 최대 전자상가이자 창업단지인 선전 화창베이 거리가 전자 부품부터 제조 솔루션을 구하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활기를 띠고 있다(아래쪽 사진). /선전=이호재기자

‘혁신·창업’의 메카로 불리는 중국 선전에 자리 잡은 하드웨어 액셀레이터 ‘잉단’. 본사 입구에 들어서자 ‘1억명이 인공지능(AI)으로 굴기하자’고 적힌 파란 간판부터 눈에 들어왔다. 잉단은 리커창 중국 총리가 ‘하드웨어의 알리바바’라고 극찬한 회사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 교수는 “중국을 개혁·개방한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자가 되자)’에서 따왔다”며 “민간기업에도 국가 차원의 굴기 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층 전시관에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로봇에서부터 서빙로봇·AI가 접목된 공작기계·의료기기 등 전 산업을 넘나드는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잉단 관계자는 “잉단과 스타트업 기업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며 “창업가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들고 오면 원재료 조달, 디자인, 제작은 물론 유통망 개척, 마케팅까지 해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잉단은 지난 2014년 설립 이후 3년 만에 1만개가 넘는 창업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성공의 비결을 묻자 “핵심은 1만6,000개에 이르는 협력사”라는 답이 돌아왔다. 협력사에는 중국 중소기업은 물론 인텔·마이크로소프트(MS)·삼성 등 세계적인 회사가 즐비한데 이들이 가진 부품과 자재·영업망 등을 스타트업과 연결해주니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일례로 선전의 스타트업 레주로보틱스의 가정용 로봇 ‘AELOS’는 인텔과의 협업을 통한 결과물이다.

“잉단에 가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니 전 세계에서 앞다퉈 문을 두드린다. 잉단 관계자는 “이곳에서 사업화에 성공한 한국 스타트업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세계 최초로 반려견 발광다이오드(LED) 목걸이를 만든 네오팝이 대표적이다. 네오팝은 LED 목걸이의 성공으로 설립 2년 만에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최근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GSBC) 등도 한국 스타트업과 함께 창업 아이템을 들고 회사를 찾아왔다고 잉단은 소개했다.

선전의 화창베이 전자상가, 우리로 치면 용산전자상가 같은 곳이다. 규모는 용산전자상가의 20배쯤 된다. 지하철 2번 출구 앞 건물 1층에는 순서별로 화웨이와 비보·오포 등 현지 1~3위 스마트폰 업체 매장이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스마트폰 점유율이 1% 미만으로 추락한 것을 보여주듯 반대편 건물 1층에 작은 매장 한편을 차지했다. 화창베이 상가 건물 1층에 들어서자 입주 상점들은 유리 매대에 수백 개의 반도체를 깔아놓았다. 노란색으로 ‘PCB(인쇄회로기판)’라고 적힌 입간판이 있는 상점에는 반도체를 담는 수십 종의 PCB가 전시돼 있다. PCB에 반도체를 깔면 기계를 조작할 제조업의 ‘뇌’가 탄생한다. 상점 관계자는 “원하는 제품이 무엇이냐”면서 “다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2층과 3층에는 휴대폰 충전 선부터 비트코인 발굴 기계까지 있다. 이곳에는 없는 전자제품이 없었다.

화창베이의 풍부한 하드웨어 인프라는 그 자체로 스타트업·벤처회사들의 자재 공급망이 된다. “화창베이 부품으로 항공기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 창업기업들도 아이디어가 있으면 용산전자상가나 세운상가가 아닌 화창베이부터 찾는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취재 중 화창베이에서 솔루션을 얻어 제품을 완성했다는 한국인 사업가를 만났다. 이모 사장은 독거노인의 방에 센서를 설치해 이상 움직임을 자동으로 감지, 동사무소 등에 알리는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이 아이디어를 들고 화창베이를 찾았고 필요한 원자재부터 디자인·소프트웨어·제품제작과 테스트까지 모두 마쳤다. 그는 “이제 화창베이에서 자재를 수입해 한국에서 조립한 뒤 관급공사 계약을 따낼 것”이라고 말했다. 동행한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에 만족할 만한 하드웨어 액셀레이터가 있었으면 창업자들이 정부 지원금을 들고 선전으로 모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가운데 중간재가 80%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의 밑단인 창업공간에서는 이 사장의 사례처럼 중국의 중간재가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원조 창업 메카 실리콘밸리에서도 선전에 ‘러브콜’을 보내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구글은 올 초 선전에 세 번째 사무실을 설치했고 애플 역시 선전에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학스(HAX)’는 매년 100개의 자국 스타트업과 함께 선전을 방문해 사업화를 모색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연구부장은 “규모가 큰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도 있지만 이곳의 혁신 인프라의 수혜자가 되려는 의도도 크지 않겠냐”고 했다.

중국 ‘창업 용광로’의 위상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후룬(湖潤)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를 넘는 비상장회사, 이른바 ‘유니콘 기업’은 총 162개로 이 가운데 새로 이름을 올린 회사만도 52개다. 3.5일에 하나꼴로 스타기업이 태어난 셈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2014년 말 선언한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모두가 창업하고 혁신하자)’이 3년 만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민준·구경우기자 morandol@

서민준 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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