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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6개월···암호화폐 투기 잡으려다 거래 기반 무너져

빗썸, 신규계좌 개설 불가에 고객 이탈 가시화

시장점유율 한 달만에 14%에서 2%로 급락

중국 거래소, 규제사각지대에서 수수료까지 낮춰

"실명제로 투명성 높이겠다"vs."투명성 더 낮아져"

업계 "투기·부정거래 대신 투자자·거래소만 잡는다"


암호화폐 투기 열풍을 잠재우고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시작한 거래 실명제가 오히려 중국 거래소로 투자자를 내몰면서 각종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거래소로 투자자들이 발길을 옮기면서 거래는 불편해지고 투명성은 떨어지고 국내 거래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어제부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1위인 빗썸이 신규 고객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을 중단하면서 신규 고객은 물론 기존 투자자들의 이탈이 시작됐다.

빗썸은 지난달 31일 “8월 1일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개선을 위해 실명확인 입출금 번호 신규 발급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이 소비자 보호, 정보보호 조치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계약연장을 안 한데 따른 조치다.

농협은 원칙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판단해 연장계약에 사인을 안 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히 어떤 요건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정확하게는 말할 순 없지만 보안이 주된 요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보안 관련 사항은 제3의 기관에서 검토한다”며 “우리는 추가적 준수 사항만 점검하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결국 해킹사태가 요건에 미달했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거래소의 자승자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업비트 장부 조작 거래 혐의에 이어 빗썸까지 해킹을 당하면서 바람 잘 날 없는 거래소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 입장을 취하기는 어렵고, 그 분위기가 은행들에게도 전달됐다는 것이다.

국내 거래소가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중국 거래소는 날개를 달았다.

특히 국내 규제안이 적용되지 않는 중국 거래소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차별화된 전략과 낮은 수수료로 국내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전 세계 2위 규모인 오케이코인은 거래 수수료를 0.04%로 낮춰 0.05~0.15%인 국내 거래소와의 격차를 벌렸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들은 “코인과 코인 간 거래는 해외 거래소가 더 편하다”며 “국내 거래소를 통해 은행 입출금을 할 수 없다면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내 거래소들은 눈에 보이는 규제 없이 눈에 안 보이는 분위기에 휩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고객들은 점점 떨어져 나가고 있다. 거래소 분석 사이트인 코인힐스가 집계한 바에 의하면 국내 거래소의 순위는 지난 달부터 계속해서 하락했다. 빗썸의 경우 지난 7월 초 14.4%였던 시장점유율이 최근에는 2% 수준까지 급락했다. 글로벌 순위도 1위에서 11위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업비트도 한때 시장 1위를 하다가 신규회원에 대한 실명계좌 개설이 막히면서 거래량이 급락했었다. 국내 거래소가 밀린 틈을 중국 거래소가 하나둘씩 메우고 있다.

문제는 요즘의 시장 상황이 정부의 정책 방향과 엇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거래 실명제를 통해 자금세탁 등 부정을 방지하고 투명한 거래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외 거래소 이용자가 늘면서 거래의 투명성은 더 떨어지게 됐다. 중국 거래소들은 해외 여러 곳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어 암호화폐를 입출금하는데 추적이 더 어렵다. 또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불편함도 더 커졌고, 국내 암호화폐 거래 기반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잡겠다는 투기와 부정거래는 못 잡고 애꿎은 투자자와 거래소만 잡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선 거래소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계좌 개설 금지로 거래량이 준 것도 있지만, 해킹·횡령사태로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거래량이 줄어든 부분도 있다”며 “중국 거래소들은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등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만큼 한국 거래소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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