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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에디터스 레터]누가 일자리를 만드는가

8월 3주차


디센터는 지난 8월 첫주와 지난 주말 두번에 걸쳐 블록체인 분야 스타트업인 해치랩스의 이야기를 전해드린적이 있습니다. 해치랩스는 블록체인을 프로그래밍할 때 생길 수 있는 오류를 검증해주는 회사입니다. 만약 스마트 콘트랙트에 오류가 있다면 이 블록체인은 제대로 구현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기능을 이용한 이용자는 물론 해당 프로젝트 투자자의 재산에 심각한 손실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해치랩스는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이같은 위험을 미리 방지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사업으로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치랩스의 구성원은 사실 서울대 학부생 중심의 블록체인 동호회 디사이퍼 출신들입니다. 블록체인이 만들어나갈 가능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공부하다가 이들이 직접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필요한 일을 찾아 일자리를 만들어낸겁니다. 일거리가 많아진다면 추가로 직원도 채용하겠지요.

청년 층의 일자리 부족은 이제 하루 이틀이 아닌만큼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정부가 청년 일자리에만 2조6,000억원을 넘게 편성한 총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기조라면, 해치랩스처럼 실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상식적인 판단일겁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업종에서 제외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암호화폐공개(ICO)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탄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만약 국내에서 출시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많아진다면 이들은 멀리 갈 것 없이 국내 로펌이나 국내 토큰경제 컨설팅업체, 해치랩스와 같은 보안검수 업체 등 관련 업체와 국내에서 협업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국내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 일자리 모두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제도 공백 앞에 ICO를 원하는 회사들은 예외없이 모두 싱가포르, 스위스 등 해외를 찾고 있습니다. 일자리 부족에 시름하는 젊은이들은 정작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내고 있는데,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는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장 겸 교수는 이같은 불합리를 깨야한다며 직접 몸을 던지고 나섰습니다. 지난 14일 디센터가 보도한 박 교수의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최근 직접 개발한 블록체인을 국내에서 ICO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ICO를 금지한 정부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현재 정부의 ICO금지 정책은 전용 법안이 없기 때문에 정책이라고 부르기 힘듭니다. 엄격히는 ICO 금지 ‘방침’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기업들이 발행한 암호화폐가 증권의 성격을 띌 경우, 이를 자본시장법상 주식공개 절차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해 처벌하겠다는 내용입니다. ICO를 막겠다는 정부 의지의 표현이지만, 두려워한 시장은 이를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해외 정부는 어떨까요. 이후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ICO의 성격을 세분화해 증권이 아닌 유틸리티형이나 단순 지급결제형 암호화폐를 발행할 경우에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싱가포르 역시 해도 되는 ICO와 해서는 안되는 ICO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박 교수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합법일 수 있는 ICO가 정부의 불명확한 태도 때문에 해외에서 진행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취지일 것입니다. 과연 ICO 자체가 불법인지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의지입니다. 불법이 아니라면 이제는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에 가깝습니다.

박교수는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ICO를 해야 하는 이유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 아들, 딸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학생부터, 교수, 사업가까지 모두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고 싶어하고, 실제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 무엇을 해주려고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흥록기자 rok@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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