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디센터 에디터스 레터]데스밸리를 넘어

8월4주차


신생 기업이 제품 개발에 투자를 쏟아붓다보면 정작 개발 이후 판매와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이 바닥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워낙 많다보니, 산업계에서는 통상 이 시기를 데스밸리(Death Valley)라고 부릅니다. 3~7년차 기업들이 주로 데스밸리에 내몰립니다. 데스밸리를 잘 넘어선다면, 그기업은 이제 결실을 바라볼 수 있는 다음 단계로 한걸음 나갈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업들은 ICO라는 자금 조달 방법을 많이 쓰다보니 전통적인 데스밸리라는 개념이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개발부터 마케팅 자금을 먼저 확보해놓고 시작하니까요. 오히려 시장의 관심이나 불신이 커서 ICO를 통한 자금 조달 자체가 안되는 게 더욱 문제일 것 같습니다. 실제 ICO레이팅은 2·4분기 ICO에 나선 기업 중 45%만이 목표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까지만해도 ICO를 했다하면 대부분 목표를 채웠지만 이제 절반 이상은 실패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업들이 자금조달이 되지 않으면 관련 생태계 자체의 형성도 더딜 수 밖에 없겠지요.

무엇이 이런 어려움을 유발하고 있을까요. 일부 프로젝트와 펀드들의 한탕주의, 그 와중에 실제 구동되는 서비스의 부재,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시장 불신, 정부발 정책 리스크 등이 있겠지요. 그리고 2018년 8월 지금은 이 모든 부정적 요소들이 응집돼있는 시기인 듯합니다.

암호화폐 투자 업계에서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등장을 침체일로인 암호화폐 시장의 전환점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2일 9건의 ETF 신청을 불허했습니다. 24일 이 결과를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결과가 뒤집힐 확률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SEC는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비트코인 투자 시장의 가격조작과 사기를 지금으로서는 막을 길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서비스 측면에서 봐도 낙관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이더리움의 경우 전체 737개의 디앱 가운데 518개가 게임·도박 앱입니다. 현 시점에서 퍼블릭 블록체인 디앱 중 서비스 다운 서비스는 찾기 어렵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사실 블록체인이 상용화 서비스를 내놓을 때까지는 3~5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워낙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던 만큼 당장 실체가 없다는 점에 실망하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닙니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모여 지금 블록체인 산업은 데스밸리를 건너고 있는 듯 합니다.

무사히 건널 수 있을까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다음 단계를 열려는 움직임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주 디센터는 카카오 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은 블록체인 기업 코스모체인의 전략과 비전을 전해드렸습니다. 코스모체인은 지난 20일 블록체인 뷰티 플랫폼 ‘코스미’를 선보였습니다. 모바일 앱스토어로 다운받아 쓸 수 있는 국내 첫 블록체인 서비스입니다. 코스미는 수년 후에 등장할 서비스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디센터는 이들의 행보가 블록체인 산업에서 의미있는 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글을 쓰는 24일 한국블록체인법학회라는 연구조직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발족했습니다. 이 학회에는 부장판사와 부장검사를 포함한 현직 판사와 검사, 변호사, 대학교수, 기업가들 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기조를 거두지 않고 있고, 시장에는 가격 조작과 불신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우리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책임지는 법률가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연구해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학회를 만들고 나섰습니다.

학회가 파고들게 될 연구주제를 목록을 살펴보면 △암호화폐 거래소 디자인, △스마트 컨트랙트의 민사법 쟁점,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블록체인 활성화, △블록체인 기본법 제정 연구 등 다양합니다. 불신의 단계를 넘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대가 제대로 본격화하는 데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피부에 와닿는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하고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와 지도층이 블록체인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각국 정부의 화답입니다. 암호화폐 거래 질서를 만들고 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는 기업이 만들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 기업들이 마음껏 일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정책 부재 리스크를 없애는 일도 오로지 정부만이 할 수 있는 몫입니다.

이번 주 우리를 긴장하게 했던 태풍 솔릭은 다행히 큰 피해를 남기지 않고 떠났습니다. 통상 태풍이 지난 후에는 가을이 성큼 다가옵니다. 결실의 계절입니다. 블록체인 업계도 지금의 혼돈을 지나 결실의 계절을 맞길 기대합니다.

/김흥록기자 rok@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 저작권자 ⓒ 디센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