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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에디터스 레터]클림트의 명작에 100만원 어치 투자하는 시대

9월 4주차

  • 김흥록 기자
  • 2018-09-28 19:28:59
[디센터 에디터스 레터]클림트의 명작에 100만원 어치 투자하는 시대

10년 전 노래방 업체를 취재하고 있을 때 당시 노래 저작권을 사고 파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곡명은 기억이 나지않지만 1960년 즈음에 발표한 꽤 오래된 노래가 매물로 나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단한 히트곡은 아니지만 여전히 노래방에서 애창되면서 곡의 작사작곡가 앞으로 한해 약 2,000만원 안팎의 공연사용료 수익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작곡가가 사망 후 그의 아들이 저작권자였는데 그 곡을 매물로 내놨고, 해당 업체 관계자가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음악저작권 유통 시장은 이렇게 음반계와 가까이 있는, 이른바 그 분야의 선수들이 알음알음으로 매물을 사고 파는 시장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듯 합니다. 음반 뿐 아니라 미술품 투자, 해외 부동산 투자 등 주요 자산 투자 시장은 일반인이 진입하기에는 어느 정도 벽이 있습니다. 정보가 없을 뿐 아니라 저같은 조막손 투자자 입장에서는 저작권이나 미술품, 국외 부동산 투자는 정보를 알아도 진입하기 힘듭니다. 클림트가 그린 ‘아델르 블로흐 바우어Ⅰ’은 지난해 판매 가격이 1억5,000만 달러(약 1,664억원)라고 하니 그저 상위 1% 인구들의 이야기 같습니다. 실제 이 가격에 작품을 판매한 주인공은 오프라 윈프리라고 하네요.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으로 이런 자산투자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게 됐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한 암호화폐(토큰)에 자산을 연동하면 그저 토큰을 사는 것 만으로 자산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해당 토큰이 특정 자산에 연동돼 있다는 점과 누구의 소유인지가 블록체인에 기록되니 투자자는 토큰 구매 만으로 투자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음반 저작권에 투자하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저작권자는 플랫폼에 1억원짜리 곡을 100개의 토큰으로 만들어 판매에 나섭니다. 그러면 일반인들은 100만원을 내고 토큰 1개를 살 수도 있고, 10개를 사서 1,000만원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투자하고 싶은 만큼만 투자하고 수익을 그만큼 정산 받을 수 있습니다. 미술품은 좀 더 극적일 것 같습니다. 만약 클림트의 아델르 블로흐 바우어를 1억5,000만개 토큰으로 연동해 유통하면 이 작품에 단 1달러를 투자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시 수익을 배당받을 수도 있고 가격이 오르면 투자 차액도 챙길 수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하는 업체는 그림 보관 대행료나 전시 대행료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겠지요.

이게 클라우드 펀딩과 뭐가 다르냐고 할 법 합니다. 바로 유통일 겁니다. 현재 클라우드 펀딩은 플랫폼 업체에서 제공하는 상품에 투자하면 약정 기간 동안 투자 권리를 양도양수하기가 어렵습니다. 할려고 하더라도 그 절차와 과정, 비용이 만만찮아 건별로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이와 달리 토큰이라면 언제든 원할 때 팔 수도, 살 수도 있습니다. 이런 특징에 따라 토큰화 할 수 있는 자산의 종류도 현재 부동산 투자 중심인 클라우드 펀딩과 달리 사실상 제한 없이 확장됩니다. 투자 국경도 사라집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이를 디지털 자산 시장의 특징이라고 설명합니다. G20에서는 ‘크립토 에셋(Crypto Asset)’ 즉 암호화 자산이라고 부릅니다. 용어가 어찌됐든 블록체인이 만드는 새로운 영역입니다.

어떤 모습일까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론상 모든 지역, 모든 종류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립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금융시스템이 없는 저개발국가에 사는 이들도 휴대폰만 있다면 선진국의 부자들만이 하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자산에서 소외된 우리나라의 20~30대들도 부를 증식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인기 있는 투자자산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기업가들의 무한도전도 이어질 겁니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보면 일자리 뿐 아니라 새롭게 금융산업의 질서를 만들고 주도권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겁니다.

주목할 점은 크립토 에셋의 투자와 유통에는 블록체인 뿐 아니라 암호화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블록체인은 키우고, 암호화폐는 누른다는 지금의 우리나라 정책 기조대로라면 새로운 자산 투자 시장의 탄생 가능성은 원천 차단됩니다. 투자자가 투자는 할 수 있겠지만, 국내에서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고용을 창출할 기회는 사라지겠지요.

이미 해외에서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토큰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고 있고 당국은 아예 법정화폐와 연동한 토큰의 발행도 허용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윙클보스 형제의 거래소 제미니가 만든 달러 연동 토큰, 제미니 달러를 승인했습니다. 암호화폐 자체가 불법이라거나 자산에 연동한다는 자체가 사기가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증권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하나하나 풀어보면 답이 없는 것도 아닐 겁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열어 놓고 논의할 수 있는 담대함입니다. 기회와 문제점, 해결방안까지 모두 학계와 업계, 정부가 모여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 입니다. 부작용이 있다고 아예 막아버리는 폐쇄적 철저함보다, 다소 어렵더라도 모두에게 열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열린 태도를 기대합니다.

/김흥록기자 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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