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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아카데미(2부)]⑤-1 빈약한 투자정보·투자자보호, 후폭풍에 ICO 휘청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만약 “신생기업이 일반 투자자로부터 20시간 만에 4,000만 달러(약 450억원)을 투자 받을 수 있다”거나 “6만%의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등의 말을 누군가가 했다면 십중팔구는 귓등으로 듣거나 사기꾼이라고 무시했다.

그런데 ICO(암호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가 등장한 후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한 번씩 발생했던 현실이다.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Telegram)’은 딱 두 번의 프라이빗 ICO로 17억 달러(약 2조원) 가량을 모았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이오스(EOS)는 1년 동안 42억3,000만 달러(약 4조8,000억원)에 달하는 큰 돈을 받았다.

이번 글에서는 ICO가 현재 어디 만큼 와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그에 앞서 그 시작을 살펴보자. 뿌리 없는 줄기는 없고, 어제가 없는 오늘은 없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돈을 모으는 것은 사실 오래된 일이다. 지금은 한 단어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라고 부르는 행위의 시작은 17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돈을 조달할 수 없는 저소득 상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아일랜드 대출기금(Irish Loan Funds)을 시작했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도 비엔나 공연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했다. 1997년 영국의 락 밴드인 마릴리온(Marillion)은 재결합 투어 자금을 팬들로부터 후원받았다. 이후 킥스타터(Kickstarter), 인디고고(Indiegogo), 고펀드미(GoFundMe) 등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등장했다.

ICO도 2013년 7월 시작됐다. 제이 알 윌렛(J. R. Willett)은 마스터코인(현재 Omni)을 내놓고 ICO를 진행했고, 2014년 이더리움은 ICO를 통해 1,800만 달러(약 200억원)를 받았다. 0.31달러로 시작해 한때 1,400달러를 넘어섰다.

인터넷의 등장은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확산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ICO가 등장하면서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금융연구원은 ICO 시장 규모가 2016년 2억2,000만 달러(약 2,464억 원)에서 지난해 40억 달러(약 4조 4,800억 원)로 1년 만에 20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ICO는 어떤 모습일까?

ICO는 전통적 방법으로는 상상도 못 하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점진적 변화가 아닌 한 단계 건너뛰는 진화다.

신생기업은 IPO(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가 아닌 ICO를 통해 훨씬 간편한 방법과 빠른 속도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글로벌에서 돈을 모을 수 있다. 투자자는 소액만 넣어도 기존 상품으로는 상상이 불가능한 고수익률을 얻었다. 더군다나 큰 손이나 벤처자본가는 물론 대중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ICO의 성공 스토리와 장밋빛 전망의 이면에는 “ICO는 사기고 거품”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렇다면 그들이 바라보는 문제점은 뭘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은 ‘한정된 정보’와 ‘투자자 보호 장치의 부재’다.

ICO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알고 있는 정보는 기업이 만든 로드맵과 백서 뿐이다. 백서(white paper)라는 것도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하는 ‘사업계획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내용과 팀 구성, 운영진 이력, 토큰 분배에 대한 내용 등이 전부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 수익률 등을 판단할 만한 근거가 빈약하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만 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더 이상 받아볼 정보가 없다. 또 그들의 말을 보증해 줄 또는 검증해줄 제 3자도 없다.

그러다 보니 기존 백서와 소스 코드에 이름만 바꾸고 ICO를 한 후에 잠적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했다. 로드맵을 지키지 않고 잠적하는 사기(Scam)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올 초 진행된 베네빗(Benebit)은 운영진이 신원을 위조한 것이 들통 나 270만 달러(약 30억원)에서 400만 달러(약 45억원)의 피해를 남겼다. 가장 큰 규모의 ICO 사기로 기록되고 있는 플렉스코인(Plexcoin)은 창립자가 가짜 전문가들을 고용해 1,354%의 수익률 보장을 미끼로 1,500만 달러(약 168억원)를 조달했다.

사기뿐만 아니다.

토큰데이터와 비트코인닷컴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ICO 프로젝트의 절반 가량인 46%는 실패했다. 이유는 목표하는 모금액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계획한 프로젝트를 감당할 기술이나 능력 부족으로 사업이 지체되거나 중지됐다.

프로젝트 실패는 투자자 피해로 직결된다. 투자자 보호 미흡 등 ICO의 어두운 부분을 이유로 한국은 ICO를 전면 금지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은 ICO는 허용하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정부가 개입해 규제한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규제 분위기로 일부 국내 기업들은 암호화폐에 대해 발을 빼는 듯 소극적 태도로 돌아섰다. 또 ICO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이유로 TGE(토큰 제너레이션 이벤트)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부작용과 부정적 반응으로 회피하고 단어를 바꾼다고 해도 전통 방식의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등장한 ICO의 뿌리가 뽑히지는 않는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CS Lab)을 이끌고 있는 채상미(왼쪽)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뉴욕주립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업의 정보보안 정책과 보안 신기술 도입 전략, 블록체인의 활용과 적용을 연구 중이다. 권은경(오른쪽) 연구원은 동덕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이화여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블록체인과 금융보안, 정보보호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 편집자 주

블록체인 미디어 디센터가 서울시·서울경제신문·체인파트너스 등이 공동주최하는 ‘ABF(Asia Blockchain & Fintech) in Seoul’을 주관합니다. 텔레그램에서 @decenter_kr 로 검색해서 ‘디센터 텔레그램’ 방에 오시면 ‘ABF in Seoul’ 행사에 대한 다양한 기사와 관련 정보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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