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선물위원회(SFC) 그동안 규제 영역 밖에 놓여있던 암호화폐 거래소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한다. 추후 암호화폐 거래소에 적용할 수 있는 정식 규제를 마련하기 위한 수순이다. 이와 함께 SFC는 암호화폐 투자 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라이센스를 발급한다. 암호화폐 투자펀드를 제도화하는 조치다.
SFC는 1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암호화폐 규제 접근법을 성명형태로 공개했다. SFC가 이날 발표한 규제는 크게 두 가지다.
SFC는 우선 암호화폐 거래소에 샌드박스 제도를 적용해 관리하기로 했다. 샌드박스에 들어가는 거래소는 정식 거래소 규제가 생기기 전까지 당국의 감독을 받게 된다. 애슐리 알더 SFC 최고경영자(CEO)는 “SFC는 관리감독을 받기 원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과 함께 관련 규제를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샌드박스 형태로 거래소의 운영을 관리감독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등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추후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License)를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별도의 운영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FC는 또 암호화폐 거래소와 별도로 암호화폐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대상으로 라이센스를 발급받도록 하는 규제를 적용한다. 지금까지 홍콩 금융당국은 암호화폐가 관련 법상 유가증권이나 선물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에 투자하는 펀드나 자산운용사에 직접적인 금융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SFC는 이번 규정 제정을 통해 펀드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0% 이상을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경우 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라이센스를 발급받도록 했다. 라이센스를 받기 위해서는 당국이 제시하는 관리감독 항목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에 동의해야 하고 이를 거절할 경우 라이센스 발급이 거절된다.
현지에서는 SFC의 이같은 조치를 암호화폐 산업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ICO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주로 자문하는 홍콩의 로펌 킹앤우드맬슨스의 어스쥴라 맥코맥 파트너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와 관련해서는 제도화하거나 아예 금지하거나 하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며 “홍콩 당국이 제도화를 선택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김흥록기자 rok@
-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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