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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F in Seoul]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 "한국산업 미래 준비하고 있나···삼성도 조심해야"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신성철 KAIST 총장 대담

반도체·휴대폰 넘어 미래 먹거리 적극 발굴 필요

정부 R&D 장려…GDP 대비 투자 10%까지 늘려야

끊임없이 실패한 청년 지원, 성공스토리 만들어야

지난달 31일 에후드 올메르트(왼쪽) 전 이스라엘 총리와 신성철 KAIST 총장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특별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전자신문

“지금 삼성이 글로벌 전자 업계의 선두에 서 있지만 미래에는 다른 누군가가 치고 나올 수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지난 10월3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와 신성철 KAIST 총장의 특별대담에서 올메르트 전 총리는 “한국의 산업은 미래 수요에 맞춰 변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면서도 휴대폰 사업은 내리막을 걷고 있고 반도체 부문에서도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걱정은 되레 깊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2005년 소니가 세계 시장 1위일 때 한국을 방문해 삼성 등 대기업에 들러 고화질 TV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며 “당시 한국인들의 분위기는 일본인들이 피곤해할 만큼 열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며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4.6%인 R&D 투자 수준을 10%까지 대폭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천국’으로 만든 주인공으로, 이스라엘 12대 총리로 재직하면서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 및 R&D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스라엘의 창업정신을 상징하는 ‘요즈마펀드’를 만든 것도 그다.

신 총장이 ‘한번 실패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 대해 걱정하자 그는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에 실패했더라도 계속 지원해야 한다”며 “실패해도 잃을 것이 없어야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오늘 당장 적자가 났다고 해서 미래에도 그렇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일러줘야 한다”며 “훗날 되돌아보면 실패는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결국 일궈내는 것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우리나라 청년들과는 달리 이스라엘 청년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정신인 ‘후츠파(czutzpah) 정신’으로 무장돼 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이스라엘 정부는 유능한 젊은이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신호를 준다”며 “정부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돌려받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이스라엘에서는 군대가 창업 동력이라는 점도 강조하며 군부대인 ‘탈피오트’와 ‘8200부대’를 소개했다. 그는 “이스라엘 청년들은 군대를 통해 어린 나이에 그들의 능력을 확인한다”며 “군부대에서 이들은 (기업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1973년 이스라엘은 욤 키푸르 전쟁에서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패배를 맛봤다. 이때 이스라엘이 생각해낸 것은 ‘막강한 군사력 갖추기’나 ‘강력한 무기’가 아닌 혁신조직 발굴이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기존의 전투부대와는 다른 비밀부대를 조직하게 되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탈피오트’와 ‘8200부대’다.

탈피오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은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이들은 경계 없는 상상의 공간에서 무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현실화하는 데 집중한다. 한 예로 탈피오트는 다른 국가들이 강력한 무기를 만드는 데 집중할 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스라엘의 모든 마을을 덮어 보호할 수 있는 아이언 돔(iron dome·이스라엘로 발사되는 미사일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해 미사일이 떨어지기 전에 폭파하는 가상 안전공간)을 만들어냈다.

이스라엘의 8200부대는 1952년 설립돼 비밀정보를 모으고 암호를 해독하는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이곳에는 주로 사이버 보안이나 데이터 분석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속해 있다. 한 외신은 이 부대 출신이 차린 회사가 1,000개를 넘었을 것이라고 계산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억2,000만달러에 사들인 개인데이터 보안회사 아달롬, 페이스북이 1억5,000만달러에 산 데이터 분석회사 오나보가 대표 사례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8200부대를 겪고 나온 청년들은 적어도 750억달러의 가치를 창출해낸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이스라엘이 성공적으로 혁신을 꾀한 비결도 물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가진 자원도 없었고 국가 안보 또한 좋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해 실패하더라도 잃을 것이 없었다”며 “결국 매번 도전하면서 힘을 길러낸 것인데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 국민은 반복적인 도전만이 성공 궤도로 진입하는 길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 총장이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유럽 국가 전체가 상장시킨 기업보다 많다”고 언급하자 올메르트 전 총리는 “이스라엘에는 한국의 자동차 회사처럼 내수를 받쳐줄 인구가 없다”며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어느 국가에 내놓아도 통용될 기술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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