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별도 규율체계를 마련한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코인원·빗썸에서 잇따라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USDT)를 상장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이목이 쏠린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디지털 화폐의 미래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추진 전략'을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존 화폐 주권과 금융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 별도 규율 체계를 마련해 디지털 자산시장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인원과 빗썸은 USDT를 연이어 상장했다. USDT는 코인당 1달러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더사는 현금·현금성 자산·채권 등의 준비금을 토대로 USDT를 발행한다. USDT는 스테이블코인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코인이지만 기존에는 국내 원화마켓에서 거래할 수 없었다. 스테이블코인 상장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림자 규제로 인해 거래소가 그간 USDT를 상장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만들겠다는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거래소들의 이러한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자산 발행(ICO)·유통을 추가 규제하는 사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사업자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자본시장과 유사한 수준으로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을 위한 법률'이 내년 7월 시행될 예정"이라며 "규율체계의 큰 뼈대가 자리잡힌 만큼 앞으로 가상자산 발행·유통, 가상자산사업자 영업 행위와 시장 규제를 추가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토큰증권 관련해서는 기존 자본시장법 규율을 적용하기 위해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기획재정부·금융위·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 공동 주최로 열렸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초국경적 거래가 빈번한 가상자산 거래 특성상 개별국가 규제 적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더이상 '탈중앙화'와 '익명성'이 탈법, 탈세를 포장하는 개념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혁신적이고 스마트한 규제 체계 설계와 국제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도예리 기자
- yeri.d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