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하이블록(전 후오비코리아)이 국내 거래소 영업을 사실상 종료한다. 코어닥스는 영업난으로 직원들의 임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블록은 국내 사업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익명의 한 업계 관계자는 “후오비코리아(하이블록)가 국내 사업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최근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준용 하이블록 대표는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이고 국내 사업을 접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며 “사업을 종료해도 금융 당국과 논의하는 과정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사실상의 사업 종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후오비코리아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의 첫 해외 법인이다. 후오비코리아의 최대 주주는 리린 후오비 창업자였으나 조국봉 후오비코리아 의장이 지난 1월 리린 창업자의 지분을 매수하며 후오비와 관계를 정리했다. 4월에는 하이블록으로 사명을 변경, 실명계좌 확보를 위해 리브랜딩에 나서며 서비스를 잠시 중단했다. 다만 현재까지 홈페이지 운영과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는 재개되지 않고 있다.
하이블록은 국내 사업 종료에 대비해 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다. 하이블록은 현재 홍콩 VASP 라이선스를 얻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코어닥스는 직원들의 임금 미지급에 직면했다. 코어닥스도 하이블록과 마찬가지로 실명계좌가 없는 코인마켓 거래소다.
디센터가 만난 코어닥스 전 직원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해 퇴사하는 직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가) 지난 10월 내부적으로 미팅을 열고 지난달까지 임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며 “경영진이 투자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사업개발팀 인력은 일찍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코어닥스는 빠른 시일 내로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18일 미국 유사코 그룹 벤처캐피탈과 1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하며 사업에 숨통이 트인 모양새다. 코어닥스 관계자는 “이달 내로 체불된 급여를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며 “투자의향서에 명시한 1000만 달러는 사업과 서비스 쪽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강도 높은 규제와 이로 인한 영업난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려면 은행에서 원화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후 원화 거래소로 전환하기 위한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서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실명계좌 발급의 진입장벽은 매우 높다. 사실상 은행을 통한 간접 규제인 셈이다. 원화 마켓에 진입하지 못한 거래소 21곳 중 18곳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처한 배경이다. 이 중 캐셔레스트와 코인빗은 이미 서비스를 종료했다. 수익을 올릴 길이 없어 외부에서 투자받기도 어렵다. 박수용 서강대 블록체인학회장은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완화해 거래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화마켓 전환을 위한 VASP 변경 신고도 쉽지 않다. 코인마켓 거래소 한빗코는 광주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받아 FIU에 VASP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지난달 불수리됐다. 나아가 금융위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VASP 신고 불수리 요건을 추가하고 미영업 사업자를 정리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려는 추세다. 특히 내년에는 대부분의 거래소가 VASP 갱신 신고를 해야 한다.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 국내 군소 거래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불수리 요건이 추가되면) 특히 (자본의) 여력이 안 돼 폐업 위기에 처한 코인마켓 거래소는 더 힘들 수 있다”고 토로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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