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상장 정책을 고수해온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이 코인원의 거래량을 추월하고 3위 거래소로 등극했다. 수수료 무료 정책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신규 상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코인원과의 점유율 격차가 점차 벌어지며 코빗이 3위 거래소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코빗은 전날 △하바(HVH) △이스크라(ISK) △아스타(ASTR) △뉴메레르(NMR) △문빔(GLMR)을 상장했다. 지난주엔 가상자산 5종을 신규 상장했고 이달 초에는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닥사)에서 지난해 상장폐지된 위믹스(WEMIX)를 재상장했다. 지난 10월 거래 수수료 무료화를 기점으로 공격적인 상장 정책을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이는 점유율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지난 16일 코빗의 점유율(1.93%)은 코인원(1.74%)을 추월해 원화 거래소 중 3위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3시 25분 기준 코빗의 점유율은 5%로 코인원(1.35%)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거래량 1위 거래소는 업비트(68%), 2위는 빗썸(25%)이다. 코빗 측은 “위믹스 상장과 수수료 무료 정책의 효과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코빗이 지난 2013년 창업 당시부터 보수적인 상장 정책을 고수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행보다. 코빗 관계자는 “2017년 넥슨 지주사인 NXC가 코빗을 인수할 때 보수적인 상장 기조를 좋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NXC와 또 다른 대주주인 SK스퀘어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만큼 보수적인 상장 기조는 계속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코빗이 최근 적극적인 상장에 나선 이유는 가상자산 시장 활황에 대한 기대감이다. 내년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 결정과 반감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업계는 한껏 들뜬 분위기다. 이날 코인마켓캡 기준 BTC 가격은 4만 3785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빗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좋은 상품이 있으면 발빠르게 제공하는 게 당연하고 앞으로도 적극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코빗이 3위 거래소의 입지를 굳히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최근의 점유율 상승은 위믹스 재상장과 수수료 무료화 정책에 크게 의존했다. 점유율 2위인 빗썸과의 격차도 20%포인트 가까이 차이 난다. 코빗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정책의 마감 기한은 정해진 바 없다”며 “점유율에 대한 판단은 위믹스 이벤트와 수수료 무료 정책이 종료됐을 때 재평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기회로 투자자가 코빗의 거래 환경에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하면 거래량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결국 신규 상장과 연계한 정책 등 코빗이 향후 어떤 전략을 펼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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