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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리딩방에 당하는 이유, 바람잡이에 기자도 혹했다

[코인 스캠의 표적이 됐다]②

현물 거래로 수익 내준 뒤 선물 거래 유도

700명 매일 수익 인증, 찬양글도 빗발쳐

VIP 맞춤형 컨설팅도…투기 심리 부추겨



(1편에서 이어집니다)

“매수. 도지(DOGE) 진입가 117원. 비중 10%”



기자가 코인 리딩방에 입장한 지난 2월 15일 처음 마주한 매수 신호다. 전체 투자액의 10%로 DOGE를 개당 117원에 사라는 뜻이다. 5일 뒤 매도 신호가 떨어졌다. DOGE는 126원까지 올랐고 매수 신호를 따른 이들은 약 8%의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기자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추천한 종목에 섣불리 투자하기는 찜찜했다. 며칠 상황을 지켜보니 아비트럼(ARB), 오브스(BRBS), 가스(GAS) 매수 신호가 떨어졌다. 비중은 마찬가지로 10%다. 이들 모두 진입가 대비 각각 5, 11, 2%의 수익을 봤다. 다른 가상자산 리딩도 마찬가지였다. 리딩방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유혹은 계속됐다. 지난달 초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3일에 한 번 정도 올라오던 매수 신호의 빈도는 하루 1~2회로 늘었다. 리딩방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주는 전략이다. “중국코인으로 수급 이동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등 전문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3월 중순부터 가상자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이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하락장에도 수익을 볼 수 있다”며 레버리지 선물 거래를 유도한 것이다. “현물 거래로는 큰 수익을 보기 힘들다”, “불장 전에 투자 금액을 마련해야 한다”며 리딩방 참가자들을 설득했다. 또 당시 인기를 끌던 인공지능(AI), 실물연계자산(RWA) 코인에 투자하려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야 한다고 회유했다. 현물 거래로 소소하게 수익을 챙기며 리딩방에 대한 믿음이 생긴 피해자들이 혹하기 쉬운 이야기다.



선물 거래를 하기 위해 입장한 카카오톡 리딩방에선 휘황찬란한 현혹과 마주했다. 700명이 넘은 인원들이 아침, 저녁으로 거액의 수익 인증을 하고 있었다. 군중심리를 이용해 투자자가 소외감을 느끼도록 하는 조직적인 바람잡이다. 리딩방을 운영하는 트레이더들은 매일 저녁 ‘매매 일지’를 작성해 당일 누적 수익률을 공유했다. 수익 인증 사진과 수익률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상자산 사기와 관련해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연구해 온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리딩방 인원의 70% 이상은 가짜다. 실제 투자자들은 100명도 채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레이더 대한 찬양글도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며칠 안 됐지만 트레이더님 능력에 감탄 중인 1인입니다”, “이렇게 잘하는 전문가 처음 봅니다”라는 식의 글이었다. 밤늦게 시장 전망이나 차트에 대한 질문이 올라와도 리딩방 운영자들은 정성을 담아 대답했다. 감사의 의미로 커피 기프티콘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었다. 리딩방 참여자에게 이들은 코인 전문가였다.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한 유료 서비스도 있었다. 리딩방은 VIP 이용자를 대상으로 개인 맞춤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원금의 3배를 목표로 수익을 실현하면 리딩방 운영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VIP 이용자에게는 “정회원 입회를 축하한다”는 글과 함께 인증 사진도 올려줬다. 이들은 누구의 마음 속에나 조금씩은 있을 투기 심리를 최대한 끄집어내고 있었다.

기자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리딩방에는 “5일 동안 담당자와 연락이 안 되면 강제 퇴장 조치하겠다”는 문구가 주기적으로 올라왔다. 선물 거래를 위해 리딩방에 문의한 인원이 폭주 중이라고 부풀리기도 했다. 기자도 서둘러 선물 거래를 해야겠다는 조바심에 운영자의 지시에 따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가입했다. 그러나 해당 거래소는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미신고 거래소’였다.

<3편에서 이어집니다>
최재헌 기자
chsn12@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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