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4년간의 지지부진한 법정 다툼을 끝내고 마침내 승기를 잡았다. 미국 법원은 리플에게 1억 2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이는 SEC가 당초 요구했던 금액의 약 6%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SEC와의 소송전에서 리플이 승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리플(XRP)은 단숨에 20% 넘게 급등했다.
8일 오전 9시 55분 코인마켓캡 기준 XRP는 전일 대비 15.56% 오른 0.583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며 한때 0.6372달러까지 급등했다 상승분을 소폭 반납한 모습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 남부 연방법원의 애널리사 토레스 판사는 리플랩스에 1억 2500만 달러(약 1720억 원)의 민사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SEC는 지난 2020년 12월 XRP를 미등록증권이라 주장하며, 리플랩스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 증권을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같은 증권성 논란에 코인베이스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가 XRP를 상장폐지하도 했다. SEC 주장이 법원에서 인정된다면, 가상자산 대부분이 미등록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었다. 소송 결과에 업계 이목이 쏠린 이유다.
법적 분쟁이 이어지다 지난해 미국 법원은 리플이 증권법을 일부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XRP를 기관투자자에게 판매한 행위는 증권법 위반이지만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건 증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리플이 기관을 대상으로 XRP를 매각한 행위에 대한 벌금 부과다. 토레스 판사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는 투자자가 리플의 이익에 대해 합리적 기대를 할 수 없었다”며 “증권법 대상이 아니”라며 지난해 내린 판결을 확정했다. 당초 SEC가 리플에 내라고 요구했던 금액은 약 20억 달러였지만 이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 구 트위터)에 “법원은 SEC가 요구한 금액의 약 94%를 줄여 부과했다”며 “SEC가 지나친 요구를 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판결은 리플, (가상자산) 업계, 그리고 법치주의의 승리”라며 “XRP 커뮤니티에 대한 SEC의 역풍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크리스 라슨 리플랩스 공동 창업자도 “SEC의 무분별한 캠페인이 드디어 끝이 났다”며 “이번 행정부의 가상자산 전쟁이 마침표를 찍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판결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프레드 리스폴리 가상자산 변호사는 “전반적으로 리플에게 엄청난 승리”라며 “벌금이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기는 했지만, 판결 이후 XRP가 급격히 오르면서 5분 만에 그 금액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엑스에서 약 10만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가상자산 연구원 리플 밴 윙클은 “XRP가 이제 날아오를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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