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아(KAIA) 메인넷 출시가 한 달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카이아를 관리·운영할 재단 설립 단계부터 규제 심사에 가로막힌 탓이다. 클레이튼(KLAY)·핀시아(FNSA) 재단은 메인넷 진척 상황을 카이아 커뮤니티에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있지만, 재단 설립 승인 자체는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 당국의 결정에 달려있다. 투자자들은 출시 일정을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라인이 개발한 국내 블록체인 클레이튼·핀시아 통합으로 주목받았던 메인넷 출시가 미뤄지면서 KLAY와 FNSA 가격은 나란히 약세를 기록 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카이아 메인넷 출시 일정은 당초 계획됐던 6월 말에서 한 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UAE) 국제금융자유구역 ADGM으로부터 여전히 카이아 통합 재단 설립을 승인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DGM에 가상자산 재단을 세우기 위해선 현지 분산원장기술(DLT) 재단 규정에 따른 재단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단 등록 절차가 예상보다 지연되며 클레이튼·핀시아 재단은 지난 6월 13일 메인넷 출시를 3분기로 미뤘다. 예상치 못한 재단 등록 지연 공지에 당시 규제 리스크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지만 재단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3분기의 절반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메인넷 출시의 첫 단추인 재단 설립마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재단 설립 후 메인넷이 출시되기까지 약 3~4주가량의 준비 시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번 달 안에 재단 등록이 완료돼야 3분기 중 메인넷 출시가 가능하다. 이에 지난달 31일 진행된 카이아 커뮤니티 타운홀 미팅에서 김우석 핀시아 재단 이사는 “아부다비 재단 설립 자체에 일부 지연이 발생했지만 지난 달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이슈는 해결됐다”며 “재단 등록 절차는 90% 정도 진척됐다고 보면 된다”고 알렸다. 그러나 재단 등록 완료 시점을 단정할 수 없는 탓에 메인넷 출시 일정에 대해선 여전히 ‘3분기 중’이라는 두루뭉술한 안내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카이아의 전신인 클레이튼과 핀시아 개발·운영을 맡았던 카카오와 라인이 각각 외부 이슈에 휘말리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걷히지 않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클레이튼 임원들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는 “김 위원장 등이 자회사를 통해 KLAY를 발행하고 투자자들에게 팔아 돈을 모은 뒤 이 자금을 횡령했다며” 이들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향후 김 위원장과 클레이튼 임원의 유죄가 확정된다면 클레이튼과 관련 가상자산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19일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당국이 권고하는 거래소 공통 거래지원 심사조건엔 법규준수 여부가 포함돼있다. 5개 원화 거래소 자율규제 기구 디지털자산 공동협의체(DAXA)의 거래지원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에서도 '발행 주체 혹은 프로젝트의 대표 및 주요 임원의 중대한 경제 범죄가 사실로 확인돼 프로젝트의 사업 진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거래유지 심사 요소 중 하나인 ‘법적 위험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김 이사는 “세간의 오해와 달리 통합 메인넷 출시는 외부 안건과 무관하게 준비되고 있고 재단 등록만이 유일한 문제"라고 밝혔다. 다른 클레이튼 관계자도 “상장 거래소에 카이아 통합에 대한 가이드 전달을 완료했으며 문제 없이 커뮤니케이션 중이다”며 “클레이튼·핀시아가 상장된 거래소에 카이아 상장 유지 관련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
메인넷 출시가 한 달 넘게 지연되면서 두 주요 블록체인의 통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KLAY와 FNSA 가격은 출시가 무기한 연기된 한 달 새 나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9일 오후 5시 37분 코인마켓캡 기준 KLAY 가격은 한 달 전에 비해 12% 내린 0.1307달러다. FNSA도 마찬가지로 10%대 하락을 보이고 있다. FNSA 가격은 전 달 대비 11% 하락한 18.27달러에 그쳤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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