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트라(OM) 폭락 사태는 꽤 명확하게 의도된(targeted) 행위였다고 보입니다.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이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존 패트릭 멀린 만트라 최고경영자(CEO)는 15일 디센터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OM은 14일 새벽 1시께 6달러 선에서 거래되다 약 3시간 만에 93% 급락해 0.43달러까지 추락했다. 16일 오전 8시 기준 OM은 0.64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 20위권에 머물던 프로젝트가 며칠 만에 82위로 밀려난 사례는 2022년 테라, 루나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만트라 러그폴(rug pull·양탄자를 당겨 사람을 쓰러트리는 행위처럼 프로젝트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돌연 중단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투자 회수 사기) 논란까지 번지며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멀린 CEO는 “사태를 파악한 직후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러그풀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던 그는 “그날 아침은 전쟁 같았다”고 회상하며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생각에 행사는 예정대로 참석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중앙화 거래소에서 특정 의도를 갖고 벌어진 매매 및 청산 구조의 결과로 분석했다. 멀린 CEO는 “OKX 현물 시장에서 매도가 시작된 직후, 바이낸스 선물 시장에서는 대규모 숏(매도) 포지션이 유입됐다”며 “단기간에 가격을 급락시켜 청산을 유도하려는 의도된 매도 흐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OKX 시장에서 OM 가격이 급락하자 담보가 강제 회수됐고, 회수된 물량이 다시 매도되면서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이 과정에서 OKX와 타 거래소 간 가격 차이가 최대 20%까지 벌어지며 차익 거래 움직임도 포착됐다. 그는 “누군가는 계속 팔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차익거래자들이 지정가 주문으로 이를 받아내고 있었다”며 “정상적인 거래나 시장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회수한 담보를 한꺼번에 매도하면 가격이 더 급락해 수익 실현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가격대를 유지한 채 지정가로 천천히 매도하려는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멀린 CEO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제외한 대다수 알트코인이 이러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 담보 평가, 청산이 모두 단일 플랫폼인 거래소 내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주식시장처럼 매매와 청산을 담당하는 기관이 분리돼 있지 않고, 가격이 급락하면 곧바로 담보 청산으로 연결돼 가격 하락 압력이 증폭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구조는 유동성이 낮은 시간대에 공격적 매도세가 집중될 경우 특정 자산 가격이 비이상적으로 급락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구조적 원인을 놓고도 논쟁이 이어진다. OM 토크노믹스(토큰과 경제학의 합성어)의 구조적 문제가 이 상황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멀린 CEO는 사태의 원인이 거래소의 리스크 관리 미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OM이 거래소에서 담보로 활용되는 구조는 알고 있었지만, 해당 자산이 실제로 어느 정도 규모로 레버리지에 사용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며 “거래소 내부 정보는 블랙박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 OKX가 OM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담보 청산 과정에서 회수된 물량이 거래소에 남아 있는데, 이에 대한 어떠한 해명이나 소통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사건 직후부터 OKX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직 공식적 응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커뮤니티가 알아야 할 정보가 분명히 있고, 거래소도 투명하게 공개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OKX에서 OM 대거 청산으로 피해를 본 일부 투자자는 OKX를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OM 폭락 직후 팀과 투자자들이 대거 물량을 던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멀린 CEO는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 팀과 만트라 투자사 지갑을 모두 공개했고, 사건 직후 매도는 없었다”며 “팔 예정이었다면 굳이 먼저 지갑을 공개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문제가 된 일부 지갑은 투자사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고,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해명도 즉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순 장외거래(OTC) 세일을 통해 OM 가격을 조작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멀린 CEO는 “기관 투자자와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s) 방식으로 장기 락업 조건의 토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며 “해당 물량은 아직 유통되지 않았고, 일부는 기존 토큰 발행 일정보다 더 긴 베스팅 조건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SAFT는 향후 토큰 수령을 조건으로 사전 계약을 체결하는 장외 투자 방식이다. 통상 메인넷 출시 이후 일정 기간 락업 조건이 적용되며, 시장 유통은 즉시 이뤄지지 않는다.
가격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전략도 제시됐다. 팀 물량 소각과 바이백 계획, 내부 보고서 공개 예고 등 대응 조치가 이어졌지만 시장은 아직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멀린 CEO는 “신뢰는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꾸준히 증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전 세계에서 만트라와 OM을 알게 됐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알려지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우리가 어떤 팀인지 보여줄 기회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만트라는 국내 거래소 중 코인원에 상장돼 있다. 따라서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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