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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是是非非] 가상화폐 과세는 가능할까? 불가능할까?

조원희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가상화폐 과세는 가능할까? 불가능할까?

인간의 역사는 세금의 역사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플랭클린은 “세상에서 분명한 것은 단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죽음, 다른 하나는 세금”이라고 말했다.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 탈중앙화를 내세운 가상화폐가 과세 당국에 도전장을 던졌다.



세계 각국 정부가 시가총액 700조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과세를 두고 고민이 깊다. 과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실질과세원칙’과 ‘과세의 종류와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정주의’를 양대 축으로 한다.

정부의 고민이 깊은 이유는 가상화폐에 대해 법률로 정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가상화폐를 통해 막대한 소득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가 ‘조세법정주의’와 ‘실질과세원칙’이 충돌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꺼지지 않는 가상화폐 광풍에 우리나라 정부의 고민은 더 깊다.

지난 13일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가상화폐 거래 자체가 금지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관련 스타트업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쳤다. 필자도 지금까지 자문해 왔던 의견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몰려왔다.

다행히도 정부 대책은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투자자 보호, 거래투명성 확보 조치 등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서는 가상통화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문구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이런저런 요건들을 갖추고 가상통화 거래를 하도록 하겠다’는 어법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그럼에도 두 번의 부정문을 써 가며 거래에 대한 규제 입장을 천명했다.

정부의 고심에 업계는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이다.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를 인정하면서 투자자 보호 등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방향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시장의 반응이 부담스러웠는지 다음 날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현재 정부가 고민 중인 여러 대책 중에 가장 큰 난제는 ‘가상화폐 과세’다. 민간전문가와 관계기관으로 TF를 구성해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가상화폐 과세에 담긴 고민은 앞서 언급한 ‘실질과세원칙’과 ‘조세법정주의’의 충돌이다.

얼마 전 블록체인 밋업(meetup) 행사에서 “월급으로 비트코인을 받았다”는 분을 만났다. 비트코인 기반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월급에 상당하는 금액만큼의 비트코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으로 생필품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일부는 현금으로 바꿔 생활했다. 비트코인이 생필품의 교환수단 내지 지급수단으로 사용된 셈이다.

또 다른 분은 주기적으로 가상화폐를 매입한다. ‘저축을 하느니 우량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 분에게 가상화폐는 자산이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산의 증식인 셈이다.

정부는 법률에 정해진 것만 과세할 수 있다.

국세기본법에서 국가가 부과할 수 있는 세금으로 정한 것은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와 증여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酒稅), 인지세(印紙稅), 증권거래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종합부동산세 등이다.

이 중 법률 개정 없이 가상화폐 거래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세금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정도다.

우선 소득세·법인세는 ‘소득’에 대해서 부과하는 세금이다. 특히, 자산의 양도로 인한 소득에 대해서는 일부 비과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득세나 법인세를 내야 한다.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의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에 대해서 부과되는 세금이다. 쉽게 말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마다 부과되는 소비세이자 간접세이다.

문제 핵심은 ‘가상화폐를 무엇으로 볼 것이냐’다.

가상화폐를 화폐 내지 통화로 본다면, 세금 부과가 불가능하다. 해외여행을 갈 때 환전을 한다고 해서 부가세를 내는 것도 아니고 환율 변동으로 환차익이 생겼다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과 같다.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를 화폐나 통화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이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를 자산이나 재화(상품)로 보면 어떨까?

만약 가상화폐를 원화로 환전하는 것을 ‘원화로 가상화폐(재화)를 구매한다’고 보면 부가세 대상이다. 그런데 앞서 든 사례처럼 비트코인으로 원화를 사고, 그 돈으로 라면을 사면 비트코인에서 라면까지 두 번의 구매와 두 번의 부가세를 내야 한다. 이중과세다. 그래서 독일, 호주 등은 가상화폐에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가 교환수단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재화로 보고 과세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만약 가상화폐가 자산이라면 양도를 통해 발생하는 소득, 거래차익에 대해 소득세나 법인세 부과가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차익에 과세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가상화폐가 정말 재화일까? 정부는 지난 13일 “가상화폐는 ‘통화’도 아니고 ‘금융투자상품’도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가상화폐 발행(ICO)을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스텝이 꼬였다. 이에 반해 미국은 투 트랙 전략을 택했다. 국세청(IRS)은 “연방세 부과 목적에서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보겠다”는 입장이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화폐를 일종의 증권으로 보고 ICO를 증권발행절차로 규율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해석, 과세 방침을 놓고 고민 중이다.

그런데 가상화폐 과세를 위해선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성질부터 먼저 정립해야 한다. 풀어야 할 문제가 복잡할수록 가장 근본적인 쟁점부터 해결해야 한다.

만약 가상화폐가 화폐도 재화도 아닌 제 3자의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그에 맞는 과세 체계를 하나씩 만들어 가면 된다. 당장의 투기를 막겠다고 양도세나 거래세 카드를 쉽게 꺼낼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반드시 기술적인 관점과 산업적인 관점에서도 살펴봐야 한다. 과세를 위해 국내 거래소들을 엄격하게 규제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정부의 정책 도구로서 다시 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융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향후 블록체인을 통한 해외 거래소 이용을 실제로 제재할 방법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세심함이 절실하다.

가상화폐라고 해서 “실질과세원칙”을 피해갈 수 없다. 수십 배, 수백 배의 양도차익 얘기가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과세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열된 투자를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한다는 정책적 필요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서둘지 말아야 한다. 가상화폐 기술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변동성이 적은 가상화폐에 대한 개발과 논의도 활발하다. 블록체인 기술도 이미 2세대를 넘어 3세대를 향하고 있다.

다양한 가상화폐의 발행은 이제 가상화폐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묻지마식 투자’로 큰돈 버는 일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진짜 기술만이 대접받고 살아 남을 것이다.

조금만 더 멀리 보자. 혁신은 산업계만의 아이콘이 아니다. 정부 규제도 혁신이 가능하다. 외국 언론이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혜안을 앞다퉈 보도하는 상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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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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