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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냐? 깜깜이 ICO 대행 업체

신원 불분명한 암호화폐 판매업자들 활개

투자자 몫으로 가야할 중간 마진, 보너스 코인, 할인율 꿀꺽하기도

투자자 돈만 챙기고 사라지는 사례도 나와

ICO 모금 할 마땅한 방법 없기도…

"정부가 나서서 ICO 지침 마련해야"


40대 암호화폐 투자자 A씨는 최근 화제였던 빗썸 코인 사전 판매(Pre-Sale)에 들어갔다가 700여만원을 떼일 판이다. 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 빗썸 코인을 판매한다는 말을 믿고 덜컥 투자금을 집어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돈을 챙긴 판매업자는 어느 순간 연락이 두절됐다. 빗썸 측은 개인을 상대로 한 토큰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공지했지만, 채팅방 운영자는 ‘공식 판매 업체’라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지난해부터 SNS 단톡방을 이용해 ICO나 프리세일을 여러 번 참여해본 경험이 있어 의심 없이 돈을 입금했다”며 “나의 초대로 단톡방에 들어온 지인 2명까지 피해를 입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단톡방에서 토큰을 판매한 그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투자자들은 그들의 신원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암호화폐 발행 업체들도 때로 자신들의 토큰을 파는 판매대행업자의 정체를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포털사이트나 SNS등을 통해 ICO 구매 대행을 해주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사기를 치거나 과장된 사실을 유포하는 업체가 늘면서 ICO에 대한 신뢰성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ICO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토큰 판매를 진행한다. 하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판매를 하거나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이른바 마케팅 대행업체들을 통해 코인을 홍보하고 토큰 판매를 맡기는 경우다.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주로 두 번째 경우다. 마케팅과 판매대행을 담당하는 업체들은 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 텔레그램 등 익명성을 띈 채널을 통해 일반인 투자자를 수백명 끌어모은 뒤 홍보와 구매 대행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대행 업체를 통한 이같은 홍보와 구매대행이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행업체의 실체가 인증되지 않은 채 채팅방에서 보는 정보가 전부이다 보니, 코인 투자금만 받은 채 사라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빗썸 코인을 판매한 이들이 대표적 사례다.

받은 투자금만큼 실제 토큰을 투자자에게 넘겨주더라도 이 과정에서 과장 홍보가 섞인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행업체를 통할 경우 개인들이 물량을 받아가서 파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프로젝트 내용보다는 팔기 위해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할 가능성이 있고 그 와중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홍보 과정에서 왜곡된 사실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홍보업체의 단체채팅방에서는 ‘새로운’, ‘다양한’, ‘혁신적’ 등의 말로 꾸며진 홍보글만이 나올 뿐 프로젝트의 로드맵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행업체가 너무 많은 중간비용을 가로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들은 대행 피(fee)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이와 별도로 자신들이 확보한 암호화폐의 가격을 부풀려 판매하고 이 마진을 또다시 챙기기도 한다”며 “이런 식으로 중간에 떼먹는 건 아닌 것 같다”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암호화폐 발행사 측에서 최종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보너스나 할인을 자기 몫으로 챙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더욱 큰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는 아예 판매대행 계약을 맺지도 않은 채 이런저런 방법으로 확보한 암호화폐를 재판매하는 업자들이다. 예를 들어 A 암호화폐 발행업체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암호화폐를 사전판매할 때 대량으로 사두었다가 이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식이다. 이 경우 암호화폐 발행사조차 자신들의 토큰을 파는 업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들한테는 그냥 자기가 무슨무슨 캐피탈이다 그러면서 프리세일 참가하겠다 이야기한다”며 그들의 접근법을 설명했다. 대행업체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가 프로젝트 측에 “이곳에서 대행을 진행하는 것이 맞는가” 물어도 프로젝트 측에서 확실하게 답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

일부 암호화폐 발행업체들은 이같은 여러 부작용들을 고려해 마케팅 대행업체를 처음부터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ICO를 앞둔 한 업체 대표는 “다단계 판매행위와 별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서 개인들에게 물량을 넘겨주지 않을 계획”이라 단언했다. 다른 업체 대표도 “우리는 레퓨테이션(명성)의 문제 때문에 그런 곳에 맡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행업체를 통하는 것이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이같은 판매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암호화폐 판매방법은 물론 암호화폐의 성격조차 법으로 정해진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신뢰만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관행적 판매 대행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행업체에 홍보와 판매를 넘기는 업체들은 각자 생각이 다를 것”이라며 “토큰을 직접 판매할 역량이 부족한 곳도 있겠고 자금조달 시간을 단축 시키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법에는 ICO에 대한 마땅한 정의나 지침이 없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필리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월 열리는 G20 회의에서 암호화폐에 연구에 대한 본격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ICO 관련 정부입장 변화를 묻는 질문에 “원론적인 얘기 외 다른 얘기는 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ICO 관련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야 사기 피해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아직까지도 정부는 여전히 준비가 미흡해 보이고 결국 이를 이용해 부정한 판매업자들은 마음껏 활개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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