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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이 동네가 왜 뜨지?"...인스타그램에 물어봐!

수백만 개 해시태그 타고

사진·영상 순식간에 공유

낡은 골목·후미진 가게도

핫플레이스로 변신 시켜


# 주부 이모(33)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의 한 카페를 찾았다가 적잖이 놀랐다. 해당 주소에 도착하니 변변한 간판도 없는 낡은 건물 한 채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의아한 마음으로 건물 2층에 올라가자 굳게 닫힌 철문 옆에 한자로 ‘가배도’라고 써 있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본을 옮겨놓은 듯한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가 펼쳐졌다. 이씨는 “건물 외관과 내부가 딴판이라 처음에는 놀랐지만 간판이 없어도 어차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미지를 보고 찾아가니 큰 상관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리단길’ ‘망리단길’ ‘송리단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사진·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SNS 플랫폼인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수만에서 수백만개에 이르는 소위 ‘핫(hot)’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지역의 경우 해시태그(#) ‘경리단길’이 붙은 게시물이 약 108만개이며 △경리단길 맛집 △경리단길 카페 △경리단길 데이트 등 파생 게시물도 각각 수만개씩 된다.

인스타그램 등 SNS가 특정 지역이나 가게를 ‘핫플레이스’로 변모시키는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사진과 동영상 등 이미지 위주의 게시물은 2030세대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핫플레이스를 방문한 뒤 관련 게시물을 올려 또 다른 방문자들을 끌어들이는 식이다. 과거 ‘입소문’이 뜨는 지역과 가게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한 ‘손소문’이 새로운 상권을 창조해내는 셈이다.



행인들이 서울의 마지막 한옥마을로 지정된 종로구 익선동 거리를 걷고 있다. /권욱기자

이에 따라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 만한 인테리어나 요리를 그릇에 담는 플레이팅 등이 핫플레이스의 주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유니콘 푸드’는 대표적인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SNS에 올리고 싶은 정보)’ 콘텐츠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유니콘푸드는 한동안 인스타그램을 화려하게 도배했다.

인스타그램의 급성장과 함께 인플루언서(influencer·많은 팔로어를 가진 SNS 스타)도 덩달아 영향력이 커졌다. 이용자들은 인플루언서들이 방문한 맛집, 사용한 제품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는다. 실제로 PR&마케팅 컨설팅 기업 함샤우트가 발간한 ‘콘텐트 매터스 2018’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인플루언서를 통해 정보를 획득한 뒤 실제 제품·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김재희 함샤우트 공동대표는 “기업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브랜드 메시지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디지털채널을 활용해 정보를 직접 찾아 나서는 환경에서 인플루언서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인스타그램이 드리우는 부작용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광고영업 게시물이 늘어나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최모(31)씨는 “예전에는 ‘○○동 핫플’로 검색해 맛집을 찾아다녔지만 요즘에는 파워 인플루언서를 돈을 주고 동원하거나 사진이 잘 나오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업로드해 속이는 경우가 많아 그대로 믿기가 꺼려진다”고 지적했다.

‘나만 알고 싶은 가게’가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을 피하고 싶어하는 움직임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카페 등의 사진을 올리더라도 위치 태그를 하지 않는 식이다. 가게 위치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안알랴줌’ 태그는 1만 7,000여개에 이른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한옥 카페를 찾은 방문객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권욱기자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원주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끈 지역의 임대료가 급격하게 뛰면서 오히려 기존 거주민이나 상인들을 몰아내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올해 1·4분기 상가임대료는 전 분기보다 9.5% 상승했다. 서울의 마지막 한옥마을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익선동의 상가권리금도 수억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특색 있던 상권들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이곳을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점령하고 임대료가 치솟아 기존 임차인들이 퇴출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

권경원 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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