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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아카데미(2부)]⑥블록체인, 탈중앙화 vs. 효율성? 민주주의 딜레마 극복할까?



역사적으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싸움을 보면 승자는 명확하다. 같은 맥락으로, 공산주의 또한 개인의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아 자본주의에 패배했다. 이런 이데올로기의 승패는 사람들이 국가기관의 권력 독점보다 개개인의 권리를 추구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블록체인의 등장은 가히 혁신적이고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잘 부합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근간으로 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금융거래를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이 신뢰하고 돈을 입출금할 수 있는 대상은 은행 밖에 없다. 그래서 은행은 금융 거래의 중간자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모든 사람의 금융 정보를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경제적 권력을 독점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불가피했던 독점적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우선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를 사용해 중간자의 컴퓨터만 모든 정보를 갖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노드가 정보를 공유한다. 또 합의 알고리즘을 통해 여러 노드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거래를 검증한다. 즉 블록체인 기술로 은행이라는 중간자를 없앨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정보 권력을 나누고 다수결 원칙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관점에서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민주주의와 같은 성격을 띈 블록체인 기술은 실제 실행 과정에서 유사한 단점을 안고 있다. 바로 효율성 측면이다. 민주주의를 시행하면, 소수의 대표자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대신 국민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상당한 시간을 요구한다. 블록체인 또한 마찬가지다. 중간자 없이 거래의 유효성을 판단하고 검증하기 위해 여러 노드의 확인이 필요하다. 이에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다. 실제 비트코인은 다른 노드에서 거래를 확인할 때, 거래를 완전히 신뢰하기 위해선 통상적으로 6개 블록이 생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에 걸리는 시간이 한 시간이나 된다.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민주주의를 반대하기 힘들다. 블록체인 또한 마찬가지다. ‘비효율성’이라는 비용을 능가하는 ‘권력 분할’이라는 편익이 크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되면 중간자의 폭리가 사라진다. 예컨대 현재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모든 정보를 일방적으로 갖고 있다. 그 정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정치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민주주의, 즉 탈중앙화를 이뤄 기존 IT 자이언트나 은행과 같은 중간자의 존재를 위협하는 혁신 기술인 셈이다.

블록체인에서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선출 방식이 다르듯 여러 방식으로 나뉜다. 합의 과정에서 탈중앙화와 효율성 중 어떤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다른 알고리즘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과 미국은 둘 다 민주주의 체재다. 대통령을 뽑을 때 한국은 모든 국민이 투표에 참여한다. 반면 미국은 국민들이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에게 투표를 하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방식이다. 미국이 50개의 주(State)로 이뤄진 나라로 각 주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지역적으로 너무 넓어 개표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드는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블록체인도 비트코인과 이오스(EOS)의 방식이 다르다.

비트코인은 작업증명(PoW·Proof of Work) 방식의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컴퓨팅 파워로 가장 빨리 만든 블록을 체인에 추가하고, 거래를 기록한다. 이때 블록을 생성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요즘은 채굴용 컴퓨터인 ASICs을 활용한다.

이에 반해 이오스는 위임지분증명(DPoS·Delegated Proof of Stake) 방식을 사용한다. 지분증명(PoS·Proof of Stake) 방식에서 한 단계 나아간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지분증명방식은 지분(코인)이 많을수록 더 많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누적공헌도에 따라 투표 영향력을 차등 분배한 셈이다. PoW 보다 에너지 낭비가 적어 비교적 효율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20TPS(Transaction per Second·초당 거래량)정도로 속도가 느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DPoS 방식이 등장했다. 여러 노드를 대표하는 소수의 노드를 선출해 권한을 위임받은 노드들이 투표로 거래 유효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만약 대표 노드를 신뢰하기 힘든 경우 투표를 통해 새로운 대표 노드를 선출한다.

DPoS는 비트코인이 채택하고 있는 PoW의 7TPS보다 140배 빠른 1,000TPS로 효율성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1,000TPS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래를 하는 비자의 2만4,000TPS에 비해 느리지만, 참여 노드의 수를 줄이면 거래의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어 상용화가 가능하다.

PoW 방식이나 PoS 방식은 그 어떤 중간자도 없다. 이에 반해 DPoS 방식은 ‘대리 노드’라는 새로운 중간자를 통해 속도를 높였지만, 완전한 탈중앙화는 아닌 셈이다. 효율성을 택하면 탈중앙화를 지키기 힘들고, 탈중앙화를 택하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이율배반적인 관계(trade off 현상)다.

몇몇 산업은 블록체인을 도입할 때, 상용화하기 위해 탈중앙화보다는 효율성을 우선시한다. 현재 기술 상황으로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노드 수를 줄이는 방식을 쓴다. 중앙의 허가를 받은 노드만 합의에 참여할 수 있는 허가형(Permissioned)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가령 현재 금융 산업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할 때,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으로 참여 노드를 제한하고 효율성을 높인다. 은행의 인증을 받아 신뢰할 수 있는 노드들만 모아 데이터를 저장하고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허가형 블록체인은 기존 중앙기관을 기반으로 한 분산저장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큰 차이가 없다. 은행이라는 중간자가 참여자를 정하고, 소수의 노드끼리 정보를 저장하고 외부에서 검증 불가능하다면 기존의 시스템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효율성 측면에선 더 떨어지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도입할 이유가 사라진다.

물론 상용화가 될 수 없다면, 아무리 블록체인이 혁신적 기술이라 해도 도입할 이유가 없는 건 분명하다. 실제로 효율성 문제는 상용화의 가장 큰 장벽이다. 그럼에도 효율성만을 따지면 블록체인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 진다는 것이다. 기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성이 훨씬 좋은 상황에서 블록체인을 꼭 선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핵심은 탈중앙화를 통해 절대 권력을 쥔 중간자의 힘을 모두에게 재분배하는 데에 있다.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기업은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가치를 절대 놓지 말아야 한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CS Lab)을 이끌고 있는 채상미(왼쪽)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뉴욕주립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업의 정보보안 정책과 보안 신기술 도입 전략, 블록체인의 활용과 적용을 연구 중이다. 엄남지 연구원은 이화여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한 후 이화여대 경영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블록체인과 정보보안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 편집자 주

블록체인 미디어 디센터가 서울시·서울경제신문·체인파트너스 등이 공동주최하는 ‘ABF(Asia Blockchain & Fintech) in Seoul’을 주관합니다. 텔레그램에서 @decenter_kr 로 검색해서 ‘디센터 텔레그램’ 방에 오시면 ‘ABF in Seoul’ 행사에 대한 다양한 기사와 각종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
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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