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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英 헐, 15년전엔 '낙후마을 1위' '헐코인' 앞세워 IT 주인공으로

■블록체인 지역화폐, 해외 적용사례는


영국 동부의 소도시 헐은 쇠락해가는 어업도시였다. 지난 2003년의 한 조사에서는 영국의 ‘후진 마을(crap town) 50위권 중 1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것 같던 이 시골 도시가 지난 몇 년 새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주목을 받는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암호화폐의 밑바탕이 된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이용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신개념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일명 ‘헐코인’ 프로젝트다.

헐코인의 개념은 간단하다. 지역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봉사활동을 하는 주민은 소정의 헐코인을 일종의 전자증서인 ‘QR’코드 형태로 휴대폰에 지급받게 된다. 해당 주민은 지역 내 헐코인 가맹상점에서 상품을 살 때 헐코인을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을 켜고 헐코인 잔액의 정보가 담긴 QR코드를 화면에 띄우면 가맹점의 스캐너로 해당 QR코드를 찍어 전자결제하는 방식이다. 가맹점주는 상품값으로 받은 헐코인을 현금으로 환전할 수는 없다. 대신 헐코인을 직원 포상용으로 쓸 수도 있고 단골 고객에게 리워드 형태로 제공해 재구매를 유도할 수도 있다. 아니면 지역공동체에 기부해 헐의 경제 활성화에 쓰이도록 이바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블록체인기술기업 소라미쓰가 도쿄대·아이즈대·고쿠사이대와 손잡고 2016년 6월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화폐명은 ‘모에카(萌貨)’다. 이 역시 헐코인처럼 QR코드 형태로 스마트폰에 내려받는 형태로 발행됐다. 모에카 발행 지역은 후쿠시마현의 아이즈카마쓰시였다. 소라미쓰는 아이즈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화폐보다 협의의 화폐인 교내화폐(캠퍼스 커런시)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했다. 화폐명은 비야코(白虎)다.

다만 선진국의 블록체인 지역화폐 사업은 태환(현금과 교환)에 제약이 있거나 발행이 단기간에 그치는 등 한시적이라는 한계를 보였다. 선진국일수록 종이화폐(지폐) 중심의 전통적 금융시스템이 확고히 뿌리 박혀 있어 IT기술이 접목된 신개념 디지털통화가 활발하게 도입되기 어려운 제도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지방정부보다는 민간 IT기업과 비영리단체가 블록체인 지역화폐 사업 발행에 더 적극적이다. 특히 화폐경제가 정착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이 실험무대다. 이스라엘의 암호화폐거래소(ICO) 운영사인 방코르(Bangcor)는 올해 6월 케냐의 비영리단체와 협업해 현지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촌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를 내놓기로 했다. 지역화폐 발행 재원 중 일부는 방코르가 출연한다. 나머지 재원은 현지 지역공동체 등 비영리단체나 민간후원자들이 비트코인과 같은 유명 암호화폐 등으로 케냐용 지역화폐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추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암호화폐와 지역화폐 간 거래는 방코르의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이뤄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항구도시 이스트런던에서는 이스라엘의 전자금융결제기술업체 콜루(Colu)가 주도하는 블록체인형 지역화폐(일명 ‘이스트런던 파운드’)가 발행됐다. 콜루는 이스트런던 파운드의 발행 및 유통을 돕는 대신 해당 화폐 결제금액의 1.5%를 가맹점에서 수수료로 받는다. 다른 지역화폐 사업에 비해 조금 더 상업적 측면이 두드러진 비즈니스 모델이다.

해외 사례들을 보면 이처럼 지방정부 주도형, 산학협력연구형, 기업주도 가맹점 모집형, 민간공동체 주도형으로 유형이 다양하다. 우리도 해외 사업모델들을 면밀히 연구해 우리의 실정에 맞는 형태로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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