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의 족쇄를 풀겠다고 자신 있게 출범한 은행권 공동인증 서비스인 ‘뱅크사인’이 흥행 참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 출시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이용자 수는 은행고객의 0.2%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뱅크사인을 도입한 은행들마저 뱅크사인의 실효성을 적잖이 의심하는 가운데 뱅크사인의 운명에 이목이 쏠린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8월 27일 출시된 뱅크사인 모바일 앱의 구글 플레이스토어(안드로이드) 기준 다운로드 횟수는 10만 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사인을 도입하기로 한 은행연합회 소속 18개 컨소시엄 참여 은행 각각의 어플 다운로드 수(안드로이드)를 모두 합하면 약 5,100만 회로 이와 비교하면 뱅크사인 도입 비율은 0.19%에 그친다.
현재 18개 은행 중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 수협은행△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케이뱅크 등 15개 은행이 뱅크사인을 도입했으며, 산업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카카오은행 등 3개 은행은 추후 참가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주도로 수십억 원을 투자해 삼성SDS가 개발한 뱅크사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구축한 인증서비스다. 한 번 발급받으면 3년 동안 갱신할 필요가 없고, 15개 은행에서 타행 인증서 등록 없이 쓸 수 있다. 이용수수료도 무료다.
이 때문에 뱅크사인 출범 당시 은행연합회는 이용 수수료가 무료인 점, 인증 절차가 간편한 점 등을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출시 100일이 훌쩍 지난 이달 초까지도 참여율이 저조해 사실상 상용화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록체인 노드를 각 은행에 직접 구축하고 데이터 이중 암호화 등을 갖춰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들이 주목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지난달부터 우리은행·국민은행·케이뱅크은행·경남은행 등 8개 은행이 모바일에 이어 PC 인터넷뱅킹에도 뱅크사인을 적용하고 있지만 실적은 여전히 저조하다. 내년 상반기까지 컨소시엄 내 모든 은행의 PC 인터넷뱅킹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나 이마저도 참여율을 끌어올릴진 미지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은행권 서비스에도 PC 인터넷 뱅킹에서 모바일 폰뱅킹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뱅크사인을 통해 PC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 고객 수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뱅크사인의 흥행 참패에 대해 다수의 은행은 이미 뱅크사인을 대체할 만한 타 인증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각 은행은 뱅크사인 도입 이전부터 지문인식, 홍채인식 등 간편인증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공인인증 시스템에서도 서비스에 무리가 없다”면서 “뱅크사인은 아직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태도도 소극적이다. 실제 뱅크사인을 알고 있냐는 물음에 대해 다수의 은행 창구 직원들은 해당 서비스가 무엇이냐며 되물었다.
문제는 이용자들조차 뱅크사인의 편의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뱅크사인에 대한 안드로이드 앱 평가에서 한 이용자는 “편리하게 하기 위해 출시했지만 정작 이용하기 너무 어렵다”며 “불편하고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평가자는 “해당 은행 어플리케이션에서 뱅크사인 로그인이나 등록메뉴를 찾아볼 수 없다”며 “답을 알 수 없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뱅크사인 관계자는 “유관기관·협회 등과 협업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 신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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