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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넥스트]⑦암호화폐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고?

‘공공금융(public financing)’으로 터무니를 되찾는 방법


드라마나 예능, 방송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옥탑(옥상)에서 집을 훑으며 한숨 쉬듯 말한다. “이렇게 집이 많은데 왜 내 집은 없을까?”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이 한 몸 뉘일 수 있는 ‘지상의 방 한 칸’은 쉽지 않다.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아파트는 꿈의 공간이자, 절실한 욕망이다. 환금성을 염두에 둔 재테크 수단으로서 아파트가 소비되는 측면이 강하지만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마련하겠다는 욕망을 마냥 탓할 순 없다.

그렇다면 집 대신 대출에 대한 다른 상상을 해보자. 아파트 단지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을 수행할 때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 활용된다. 담보가 아닌 얼마나 수익이 날지 설계해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금융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렸다. 그러나 사업성 저하와 분양 실패 등으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부동산 거품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재무 투자자가 수익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도 부실을 불렀다. 집값이 비싼 원인도 이와 관련을 맺는다. 높은 분양가, 입주자 담합보다 금융회사가 금리로 수익성 챙기기에 몰두해 대출을 남발한 탓이다.

여기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은행도 관행적으로 대출했을 뿐이다. 문제는 가계가 빚 갚느라 소비를 줄여 가처분소득으로만 살다 보니 경제도 굴러갈 힘이 빠졌다. 집을 갖고 싶은 욕망이 문제는 아니다. 얼마나 적정하게,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고 채워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관행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금융을 조달하는 건 어떨까? 대출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이를 발생시킨 당사자다. 이 당사자가 신용을 쥐고 필요한 신용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블록체인을 통해 가능하다. 즉 금융 조달을 은행이 아닌 필요한 당사자들이 직접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공공금융(PF·Public Financing)’이라고 명명했다. PF는 당사자 신용을 모아 대규모 신용을 발생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이런 도구가 없어서 은행을 통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책임 아래 저렴하게 금융을 발생시킬 수 있는 PF에서는 채권자이면서 이해관계자인 금융회사 역할을 블록체인 메인넷이 맡는다. 아파트 건설처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메인넷 투표를 통해서 선정한다.(물론 투표에서 부결될 수도 있다.) 투표 결과 코인을 추가 발행해 신용을 창출하고 대출을 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투자 이익금이 생긴다면 커뮤니티 공동 자산으로 수용해 참여자들이 함께 나눌 수도 있다. 극소수 이해관계자만 참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달리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를 통해 신용을 창출하고 자산 공공화를 실험할 수 있는 기법이 바로 퍼블릭 파이낸싱이다.

돈이 부족하지만,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 아파트를 짓고자 한다고 가정해보자. 실수요처로 3만 가구 정도가 모여 노동 소득을 담보로 아파트를 지을 금융(PF)을 일으킨다면? 이것은 투자금융이 아니다. 투자금융은 투자에 대한 수익률을 전제로 들어온다. 가계 입장에서 이 수익률은 결국 빚이다. 따라서 투자금융을 빼고 실제 집을 사는 데 필요한 비용만 짚어서 일으킨다면 집값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도 가능해진다. 애초 신용은 개인의 경제 활동에서 나왔다. 대부분 노동소득이 근간이다. 대출도 이자도 경제 활동을 통해서 갚아나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신들의 신용을 공여해서 금융을 조달할 수 있다면 주택 공급은 금융권 대출을 끼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규모가 뒷받침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가구 규모는 아이디어 수준이다. 커뮤니티가 가진 규모와 힘에 따라 아파트 규모와 콘텐츠가 달라질 수 있다. 블록체인이 가진 글로벌 확장성을 감안하면 글로벌 신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공공주택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 맞춤형 PF 개발도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부지를 빌려주고 사업자가 공공주택을 지어 시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장기간 임대하는 ‘사회주택’도 PF로 자금을 만들 수 있다. PF는 새롭게 제시한 금융 방법론이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면밀하게 살피고 개선과 수정을 거듭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또는 PF 발생을 위해 이런 제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주거권 혹은 점유권만 갖고 집은 커뮤니티 소유(공유재)로 하는 제안이다. 그러면 비용도 지금과 같이 과도하게 높을 필요가 없다. 아파트는 PF를 발생한 커뮤니티의 것이므로 집을 빌려 쓰는 정도로만 금융을 발생하면 된다.

아파트 역사와 변화상을 나열할 필요는 없겠지만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공공주택이 아파트였다. 개인 삶과 사회 활동이 균형을 이루는 공동체가 아파트라는 구조물을 통해 형성됐다. 애초 아파트가 지녔던 공공성을 감안하면 블록체인이 가진 공공성과 결합할 여지를 만들 수 있다. ‘분양가’라는 틀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블록체인에 있다. 이는 단순하게 집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민주성, 공간의 민주성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흔히 쓰는 말로 ‘터무니없다’라는 말이 있다. 허황하다, 근거 없다 등을 말할 때 쓴다. 여기서 ‘터무니’는 사람이 땅에 남긴 무늬를 뜻한다. 인류는 농경을 시작하고 땅에 정착하면서 무늬를 남겼다. 집 역시 터가 필요하고 거기에 무늬를 새기는 것이 삶이다. 삶 대신 재테크가 터를 장악하면서 아파트는 ‘터무니없이’ 가격이 오르고 가계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 한 몸 편히 누울 지상의 방 한 칸이 터무니없는 욕망은 아니다. 블록체인과 PF를 통해 ‘터무니’를 되찾는 일은 부동산 투자 단위로 도구화된 ‘하우스(house)’를 공동체와 삶을 영위하는 ‘홈(home)’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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