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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 50]관행의 탄성을 싫어하는 블록체인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신사의 나라’

영국을 신사의 나라로 표현하고 있다. 그 이유는 19세기에 세계 최강대국으로 군림하였고, 영국 상류 사회에서 복식과 예법 등이 크게 발달하여 이것이 서구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소위 고급 문화라고 불리는 상위의 문화를 주도하는 국가이다.

스포츠에도 영국이 기원인 종목이 많다. EPL(English Premier League)에서 활약하며, 우리에게 즐거운 활약으로 기쁨을 주는 손흥민 선수의 축구가 대표적이다. 그 밖의 골프, 럭비,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이 영국에서 기원된 스포츠이다.



산업혁명을 일으킨 나라이고, 증기기관을 통해 산업화를 개척했으며, 자동차를 먼저 만들어서 산업시대를 이끌었던 나라였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다. 또한 산업시대의 근대화된 법을 먼저 만들었고, 또 근대화를 가로막는 악법을 처음으로 만들었던 나라이다.

신사의 나라답게 남을 배려하는 풍습이 많은 나라이다. 그러한 배려가 관행이 되어 효율적이지 못한 나쁜 모습으로 남게 되기도 했다.

영국의 자동차는 핸들이 우측에 있다. 그 사유를 잠시 살펴보자.

영국은 적기조례를 만들 만큼 마차와 마부들이 융성한 나라였다. 마부들은 마차의 우측에 앉았었다. 이는 탑승자를 배려하기 위한 조치였다. 말을 몰기 위해서는 채찍을 휘둘러야 하는데, 마부의 우측에 사람이 있으면 채찍에 맞아 피해 입을 수 있어서 마부들이 우측에 앉은 것이다. 이러한 관행이 자동차 시대에도 이어진 것이다. 자동차는 채찍을 휘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굳이 운전수가 우측에 앉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운전수를 두고 차에 타는 사람은 신분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승용차의 주인이 예전에 마부들이 앉던 우측자리보다는 과거 자신들이 앉아 있던 좌측자리를 선호하여 그 습관이 탄성을 잃지 않고, 관행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운동 역학 측면이나 효율 측면에서 보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륙으로 넘어간 자동차 문화는 좌측에 운전석을 만들어서 효율과 합리적인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탑승객은 좌측에 앉아 있었던 습관이 관행처럼 남아서 오히려 운전수가 오른쪽 좌석에 계속 있게 된 것이다. 배려로 시작한 행동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득권을 버리는 못하는 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최근 정부주도로 시작하는 블록체인 시범사업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만히 들여도 보면, 왜 블록체인으로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주제들이 보인다. 물론 새로운 기술과 철학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맞이하기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의 형태로 시범사업을 먼저 진행하고 있다. 귀중한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보여주기 위한, 면피하기 위한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존 업무가 가진 관행을 그대로 적용해보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사례가 그대로 상속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말끔히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성경 말씀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블록체인의 철학을 만들어서 전달하고 싶은 것은 명확하다. 기존의 나쁜 관행을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비트코인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완벽한 솔루션은 아니었다. 불필요해 보이는 신뢰를 위한 제도와 장치를 타파하고 탈중앙화된 분권(分權)을 추구했던 것이다.

중앙화된 사회에서 신뢰를 담보한 시스템에 의한 통제가 필요한 영역이 모두 탈중앙화를 해야 하는 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는 중앙화가 정답이고, 미래에는 탈중앙화가 반드시 정답이어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블록체인을 고민하기 이전에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고, 의지력이 약한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서 블록체인이 신뢰를 보장해주는 역할을 곁들이면 좋겠다. 배려하는 마음을 유지하면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철학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다가오는 미래는 지금보다는 발전한 사회, 모든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게 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 주역이 블록체인으로 촉발된 다양한 변화의 시도가 되었으면 한다. 미래를 위한 변화의 숙명을 블록체인이 담당하기를 바라며, 새로운 철학과 배려를 위한 선한 자세가 함께 하기를 제언해 본다./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필자 주
더 이상 블록체인에 관해서는 문송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난 1년간 소프트웨어공학을 품은 블록체인을 기고했다. 다양한 주제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풀어갔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블록체인 인사이트와 블록체인에 대한 다채로운 컨셉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모습의 칼럼을 기약하며, 소품블의 연재를 마감한다. 그 동안 관심을 보여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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