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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도둑상장, 기습상장, 그리고 자율상장

거래소, 발행 팀에 통보 없이 암호화폐 상장하기도

거래소가 도둑이라고?…용어부터 문제인 도둑상장

“기습상장 혹은 자율상장이라 불러야 한다” 의견 제기

최초상장을 통보 없이 할 경우 사업에 지장

교통정리 필요…거래소 관련 법률 상장기준 정비 시급


“우리 팀이 발행한 토큰을 상장한다는데 우리와는 그 어떤 논의도 없었습니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 논란 대상인 ‘도둑상장’을 당할 뻔한 프로젝트 관계자의 말이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프로젝트 팀과 협의 없이 해당 팀의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행위에 도둑상장 혹은 납치상장이란 별명이 붙었다. 왜 ‘허락도 없이’ (암호화폐를) 데려 가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암호화폐는 발행 주체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주체가 모든 관리 권한을 보유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에 따라 암호화폐는 발행되고 활용된다. 그렇다고 발행 주체가 암호화폐에 대한 통제 수단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탈중앙화 프로젝트답게’ 흘러가는 대로 놔두어야 한다는 불문율 아닌 불문율도 있다. 아직 정립되지 않은 기준과 뒤섞인 개념 때문일까?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암호화폐를 상장할 수 있다는 입장과 그럼에도 암호화폐 발행 주체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도둑상장’ 표현부터 난감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우선 거래소는 진짜 도둑일까?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는 일은 당연하다. 이 생태계에서 오픈소스는 단순한 소스 공개를 넘어선다. 프로젝트 팀이 이미 공개한 소스 정보를 이용해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보자. 모든 거래소에서 이 두 암호화폐는 거래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거래소에 왜 상장했느냐고 묻지 않는다. 거래소도 그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이 어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진짜 ‘탈중앙화’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완전한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라면 거래소에게 왜 도둑상장을 했느냐고 묻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도둑상장이라는 표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된다.익명을 요구한 블록체인 기업의 한 대표는 “프로젝트 팀과 거래소 양쪽의 관점을 모두 반영하려면 ‘도둑상장’이란 표현보단 ‘기습상장’이 적합할 듯 하다”고 말했다. 혹은 상장할 프로젝트를 스스로 판단하는 거래소 입장을 반영한 ‘자율상장’이란 표현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초상장인데 통보 없이 한다고?…프로젝트들 “사업에 지장 주는 건 도둑상장”
거래소에게 한 프로젝트의 암호화폐는 이미 상장된 수많은 암호화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팀에게 그 암호화폐는 전부다. 암호화폐의 가격이 프로젝트 팀의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현실도 부정하기 힘들다. 때문에 프로젝트 팀의 입장에서도 살펴볼 필요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정 암호화폐의 최초상장을 프로젝트 팀에 통보도 없이 진행한다면, 이는 ‘도둑상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초상장은 특정 거래소와 사업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갑작스럽게 다른 거래소에 상장이 된다면 사업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도둑’과 ‘납치’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붙은 배경이기도 하다. 최초상장을 도둑상장으로 진행할 뻔한 한 프로젝트의 관계자는 “발행된 암호화폐의 최초상장을 언제 진행할지는 사업 계획의 일부”라며 “사업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와 상장을 철회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와의 이해관계 때문에 최초상장을 할 거래소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며 “최초상장하는 거래소가 시장의 검증을 받지 못한 곳이라면 사람들은 (상장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초상장의 경우가 아니라면 거래소의 갑작스러운 암호화폐 상장이 오히려 이득이란 의견이 많았다. 국내 프로젝트 팀의 대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된 경우가 있었는데, 더 많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게 좋다고 판단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프로젝트의 관계자는 “중국계 거래소가 우리 암호화폐를 대량 구매한 뒤 그 물량을 바탕으로 어떠한 협의도 없이 상장을 진행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딱히 문제 삼을 이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왜 이런 충돌이 생길까…교통정리 시급한 블록체인 업계
결국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개념은 더 정리돼야 하며, 기술은 더 개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도둑상장 논란이 생기는 원인을 뿌리 뽑아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법률이 여전히 전무하고 상장 기준도 거래소마다 제각각인 게 그 원인이다.

이진영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앞으로도 도둑상장 이슈를 포함해 거래소 관련 법률적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므로 거래소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정부·국회가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의 목소리가 담긴 관련 법률 또는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박현영 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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