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기간 내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참여자들이 팀을 구성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를 만드는 ‘해커톤’. 블록체인 업계에도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기획하는 해커톤이 활발하게 열린다. 그런데 각종 블록체인 해커톤마다 빠지지 않는 아이디어가 있다. 반려동물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자는 거다.
반려동물 산업은 팻코노미(반려동물을 뜻하는 ’펫‘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자, 블록체인 기술이 잘 접목될 수 있는 분야다. 반려동물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함으로써 유기동물 발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반려동물 프로젝트는 ‘해커톤 단골손님’이 됐다. 지난해 열린 경기도 블록체인 해커톤과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해커톤, 그리고 올해 개최된 디센터유니버시티의 파운더스 해커톤에서도 반려동물 프로젝트는 빠지지 않았다. 또 블록체인 해커톤이 늘어나면서 기술을 접목하는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클레이튼(Klaytn) 해커톤’에선 블록체인 반려동물 프로젝트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기존에 블록체인 반려동물 프로젝트 아이디어 낸 팀들은 반려동물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토큰 이코노미로 정보 공유를 독려하는 데에 주력했다. 지난 7월 파운더스 해커톤에 참여했던 한 팀 역시 유기동물 제보가 저조한 현실을 토큰 이코노미 보상책으로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토큰 보상을 위한 허위 제보 가능성이 있고, 블록체인의 DID(탈중앙화 신원증명) 기능을 활용하면 더 유용할 것이란 피드백이 나오면서 해커톤 아이디어도 진화하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에 탈중앙 ID를 부여해 신원인증을 하는 방식이다. 반려동물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유기동물 발생을 막는다는 취지다. 이때 동물의 모든 생체정보를 블록에 담는 데에는 데이터 용량, GAS비(수수료) 등 한계가 있어, 신원 검증을 위한 검증용 데이터만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로 올리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 제주 클레이튼 해커톤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댕댕이가 제주 부린다’ 팀은 한발 더 나아갔다. 검증용 데이터뿐 아니라 반려동물에 관한 모든 정보를 클레이튼 스마트 컨트랙트에 올려도 무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국에 있는 반려동물 정보를 전부다 올려도 현재 동물등록기관들이 클라우드에 쓰는 예산보다 적은 GAS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댕댕이가 제주 부린다’ 팀의 이천 팀원은 “현행 동물등록기관들이 동물 데이터 기록을 위해 클라우드에 쓰는 비용이 매월 3,500만 원 정도인데, 전국의 반려동물 정보를 클레이튼 스마트 컨트랙트에 올리면 GAS비가 1,300만 원 정도 발생한다”며 “블록체인을 쓰는 게 목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블록체인을 써야 한다는 이유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반려동물 정보를 등록하는 방식이 낙후돼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천 팀원은 “현재 반려동물 정보를 등록하려면 관련 기관에 직접 방문해 수기로 정보를 작성해야 한다”며 “DID를 활용해 모바일로 간편히 정보를 등록할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해커톤 단골손님’ 아이디어인 만큼 이미 이 아이디어를 사업모델로 확보한 기업도 있다. 클레이튼 비앱(BApp,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파트너 중 하나인 블록펫은 반려동물의 DID를 생성하고 블록펫 월렛을 만드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반려동물의 생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는 데에는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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