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메신저 텔레그램이 n번방 범죄에 사용되며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n번방 사건 공모자들은 익명성이 강화된 메신저로 범죄를 공모하고, 금융권을 통하지 않는 암호화폐로 대금을 받았다. 이는 기술이 악용될 수 있는 최악의 경우에 가깝다. 악용 여지가 있는 익명성 메신저가 국내에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블록체인 산업에서는 왜 익명성 메신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까. 디센터에서 정리했다.
텔레그램은 국내 메신저에 대한 불안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텔레그램은 모든 대화를 비밀에 부치는 종단 간(end-to-end) 암호화 기능으로 유명해졌다. 텔레그램에서는 ‘A’가 메시지를 보낼 경우 암호화된 내용이 ‘서버’를 거쳐 그대로 ‘B’에게 도달한 뒤 복호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외에도 △비밀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는 점 △본사가 해외에 있어 수사가 어렵다는 점 △대화를 쉽게 삭제할 수 있다는 점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가 빠르게 대중화되며 텔레그램은 상대적으로 특정 산업과 영역에서만 사용됐다.
블록체인 메신저는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블록체인 메신저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만큼 중앙화된 DB를 두지 않는 게 특징이다. 블록체인에서는 단일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분산 원장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분산하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저장할 서버가 사라진다면, 메시지가 도중에 해킹당할 가능성도 현저히 줄어든다. 이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메신저를 ‘탈중앙화 메신저(Decentralized Messenger)’라고 부른다.
탈중앙화 메신저인 ‘xx메신저’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차움은 “사람들이 종단 간 암호화를 시키는 메시징 플랫폼 방식으로는 디지털 주권을 보호하는 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외부 업체들이 유저의 메타데이터에 접근하는 걸 막기 위해 블록체인이나 다른 기술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암호학자인 데이비드 차움은 디지털 화폐의 창시자로도 알려졌다.
텔레그램도 ‘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TON, Telegram Open Network)’라는 이름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시도한 바 있다. 자체 메신저에서 쉽게 송금이 가능한 암호화폐 ‘그램(gram)’도 발행하며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토큰 발행 과정에서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현재 모든 진행이 멈췄다. 텔레그램의 TON 프로젝트도 서버는 중앙 DB를 두고 있기 때문에 탈중앙화 메신저로 분류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탈중앙화 메신저는 빠르고, 쾌적한 환경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메신저에 비해 사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블록체인 메신저 ‘크립바이저(Crypviser)’의 마크 버빗(Mark Babbitt) CCO는 앱디벨로퍼 매거진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의 정보를 일체 수집할 수 없다”며 “전적으로 앱을 사용하는 유저의 만족도에 따라 회사의 수익이 결정되는 상황이므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 조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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