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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셔레스트, 권고 사직·매각설까지···"간접규제가 업계 고사 방치"

30명까지 감축 계획…'최소 30억 준비금' 부담도

명확한 규정 없는 간접규제, 소비자 편익 개선에 장애

출처=셔터스톡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캐셔레스트가 대표 사임부터 직원 퇴직까지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최소 30억원의 준비금을 쌓아두도록 하는 간접 규제가 자칫 업계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박원준 캐셔레스트 대표는 지난 7월 사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캐셔레스트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박 대표는) 지난 7월 말 퇴직했고 새로운 대표로 교체됐다”고 전했다. 새 대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캐셔레스트는 권고 사직을 단행해 인력도 감축 중이다. 디센터가 만난 캐셔레스트 전 직원은 “코인마켓거래소 중에서도 인력이 많았던 캐셔레스트지만 이제 30명까지 직원을 감축할 계획”이라며 “홍보 담당자부터 준법 감시인까지 모두 퇴사하거나 퇴사 예정이며 개발자들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식회사 뉴링크가 지난 2018년 설립한 캐셔레스트는 코인 간 거래만 지원하는 코인마켓거래소다. 업계에서 업력이 긴 거래소로 분류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거래소 자체 발행 코인인 캡(CAP)으로 익숙하다. 여러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토크 콘서트를 여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캐셔레스트가 급작스레 인원을 감축하자 일각에선 매각설도 나온다. 한 코인마켓거래소 관계자는 “캐셔레스트가 다른 기업에 매각을 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퍼져 있다”며 “다만 어떤 결론이 내려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캐셔레스트는 이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은 바가 없으며 언론 홍보 담당자도 부재한 상황이다. 캐셔레스트는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에 시스템 점검으로 고객의 신분 인증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게시물을 올린 뒤 추가 공지는 없었다.

당시 업계에선 거래소가 일정량의 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은행연합회의 지침에 부담을 느낀 캐셔레스트가 사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7월 가상자산거래소를 대상으로 해킹 등에 대비해 최소 30억 원, 최대 200억 원의 준비금을 마련해야 하는 ‘가상자산 실명계좌 운영지침’을 발표했다. 대부분 영업 위기에 처한 코인마켓거래소가 실명계좌를 발급 받기 위해 준비금 요건을 충족하려면 부담이 적지 않다. 코인마켓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요건을 마련하는 건 필수”라면서도 “실명계좌 발급에 주력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30억 원이라는 거액을 쌓아두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지침 때문에)캐셔레스트가 인력을 감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코인마켓거래소의 대부분은 재정난에 처했고 자본 잠식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실명계좌가 없는 코인마켓거래소는 부담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어려운 은행의 간접규제도 문제로 꼬집었다. 지난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된 이후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려면 고객 예치금 보관·자금세탁방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대부분이 실명계좌를 보유한 원화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사실상 은행이 간접규제 하는 셈이다. 황현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제가 발생하면 은행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 은행은 일부만 허가 해주고 쉽게 계좌를 내주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허가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간접규제라서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명계좌 발급의 진입장벽을 낮춰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편익을 안겨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쟁 체계를 다각화하면 소비자가 양질의 서비스를 취사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메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코인마켓거래소가 고사하도록 방치하기에는 아쉽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황 교수는 “현재 5개 거래소만 허가 받은 것만 봐도 실명계좌 발급은 진입 장벽이 높다”며 “소비자 효용의 측면에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원화 거래소도 사업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코인마켓거래소가 원화 거래 시장에 진입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경쟁 체제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며 “업비트의 독점 체제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헌 기자
chsn12@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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