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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아카데미⑩]이름만 있고 부가가치 없는 블록체인은 필패···성능개선·비용절감, 성패 가른다



블록체인 열풍이 대단하다.

물류에서 금융, 유통까지 전방위에 걸쳐 블록체인 도입에 잰걸음이다. 최근 중국 대형 온라인 기업은 “식품 이력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원산지를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너도나도 블록체인 도입을 선언하면서 ‘과연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분야인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전망도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미래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신기술’이라는 평가와 ‘허상이고 과장된 기술’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존재한다.



우선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는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 제조, 소비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운영 표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전 세계 총생산의 10%가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는 “미국 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대부분이 올해 중단될 것”이라며 “그중 90%는 결코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록체인이 과대 포장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가들도 갑론을박 중이다.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 그 누구도 블록체인이 진행형 기술로 발전을 이어갈지,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일장춘몽으로 끝날지 장담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새 역사를 쓰기 위해선 어떤 장벽을 뛰어넘어야 할까?

이를 위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으면 좋은 전례가 있다. 바로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전파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다.

RFID는 2000년대 초반 혁신적 신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한 미국 잡지는 RFID의 장밋빛 미래를 점쳤다. 마트의 모든 물품에 RFID칩을 부착해 생산부터 소비까지 이력을 추적·관리하고, 실시간으로 판매 및 재고관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이 상품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그런 세상을 만나지 못했다. 아침에 3,000원이던 사과가 수요 폭증으로 갑자기 1만원으로 급등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온갖 호평과 세상의 주목을 한몸에 받던 RFID가 왜 시장의 주인공이 못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가격’과 ‘낮은 인식률’이 꼽힌다. 2004년 당시 RFID의 가격은 2,000원을 넘었다. 아무리 획기적, 혁신적 기술도 ‘높은 비용’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기술이 개발 후 상용화되기 위해선 비용(cost)을 상쇄하고 남을 가치(value)가 있어야 한다. RFID는 사실상 상용화를 하기엔 가격 장벽이 너무 높았다.

RFID 사례를 블록체인에 접목해 보자.

기업들은 ‘블록체인이 비용을 줄여주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정작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붙잡고 “비용절감 효과가 크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곳은 거의 없다.

비용절감 측면만 따져봐도 그렇다. 블록체인의 효율성은 월등히 떨어진다. 가령 똑같은 작업을 블록체인 2세대의 선두주자이자 시가총액 30조원이 넘는 이더리움과 아마존이 만든 웹서비스(AWS)를 통해 실행한다면 어떨까? 결과는 이더리움이 AWS보다 100만 배 이상 비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3.0시대’를 말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이 1세대에서 2세대, 3세대로 진화하기 위해선 성능개선과 비용절감이 필수다. 그러면서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기업들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퇴보하지 않고 진화하기 위해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접근해야 한다.

우선 ‘잠재적 수익’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사업의 기본이자 시작은 ‘시장분석’이다. 블록체인 기술도 마찬가지다.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인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막대한 비용과 큰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깊이 이해한다면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불가능한 오프라인만의 비즈니스가 있는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로만 가치를 줄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존재한다.

둘째는 표준화와 규제 문제다.

가령 전자금융거래법은 공인인증서 또는 이와 동등한 수준의 보안 인증을 요구한다. 블록체인 중 퍼블릭 체인은 완벽한 익명성을 추구한다. 분명 장점이지만, 본인 확인이 필요한 금융 분야에선 단점이 된다. 특히 중앙시스템 제어가 필요한 금융 서비스는 퍼블릭 체인에 적합하지 않다.

이에 반해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프라이빗 체인은 ‘블록체인의 장점과 중앙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금융 분야에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퍼블릭 체인은 모든 거래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계좌 소유주에 대한 익명성을 전제로 완벽한 투명성을 내세운다. 그러나 특정계좌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확인되는 순간 투명성은 독약이 된다. 고객정보 공개는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거래를 퍼블릭 체인에 기록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셋째는 시장 지배력 문제다.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시장 상황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것인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만약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업계표준을 선점하고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빠르고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

필자가 보는 블록체인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물론 지금은 비싸고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블록체인 열풍이 한순간의 거품으로 퇴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고 제도적 장치마련도 서두르고 있어 퇴보 보다는 진화할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고 경쟁기업을 쫓아 마구잡이식으로 투자에 나선다면 막대한 손실과 함께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블록체인 BM에 대한 철저한 전략적 분석과 로드맵 마련이 필수다.

‘블록체인’이라는 이름만 달고, 새로운 부가가치가 없는 사업은 결국 도태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CS Lab)을 이끌고 있는 채상미(왼쪽)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뉴욕주립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업의 정보보안 정책과 보안 신기술 도입 전략, 블록체인의 활용과 적용을 연구 중이다. 권은경(오른쪽) 연구원은 동덕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이화여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블록체인과 금융보안, 정보보호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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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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