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이 암호화폐에 유독 열광할까요? 그만큼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은행 예금금리가 2%대로 올라섰지만 세금 떼면 손에 쥐는 이자는 여전히 1% 밖에 안 되는 시대. 돈이 된다 싶으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이상과열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하태형(사진)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특임교수의 설명이다.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율촌 사무실에서 만난 하 교수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범죄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그런 논리라면 주식투자도 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높은 수익을 내는 상품은 높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기 마련”이라며 “금융상품의 목적이 ‘무사고’일 수는 없는데, 정부는 투자자를 3살짜리로 취급한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긴커녕 새로운 금융상품의 출연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태형 교수는 동양종합증권, LG선물 등 금융회사를 거친 후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법무법인 율촌 고문 직을 맡고 있다. 율촌을 중심으로 꾸려진 핀테크포럼을 1년째 이끌어온 주역이기도 하다. 하 교수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특성을 가진 비트코인을 기존의 잣대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며 “긴 호흡을 가지고 정의부터 제대로 한 뒤에 맞춤형 규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너무 섣부르게 규제부터 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최근 암호화폐 투자 버블현상에 대해 “당연한 현상”이라며 “신기술은 밸류에이션이 정확히 나올 수 없어 진통과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비트코인의 미국 선물시장 진출은 암호화폐의 새로운 ‘이정표(마일스톤)’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지난 11일(한국 시각)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된 데 이어 오는 18일에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도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될 예정이다.
하 교수는 “‘바이’만 있던 시장은 부풀려질 수 밖에 없는데 선물거래로 ‘셀’ 거래가 시작되면 양쪽이 대규모로 부딪히면서 (버블의) 진정효과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트코인이 정식금융상품으로 한단계 올라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인정한 것은 시장원리를 원칙으로 삼는 국가다운 행보”라며 “새로운 것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고 금융기관을 참가시켜 공신력을 높이는 미국을 보면 규제 일변도인 국내 상황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하태형 교수는 “원화와 비트코인 중 누가 더 강세인가?”라고 물었다. 비트코인은 이미 달러화 대체재 성격을 가졌다는 평가다. 안정화 단계를 거친 암호화폐는 ‘대안화폐’로써 법정화폐의 미비점을 보완하며 공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대안화폐가 법정화폐에 도전한다기보다 낮은 비중(10% 수준)을 유지하며 한국은행이 법정화폐의 효율성을 고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경기도 토큰, 현대백화점 토큰 등이 발행되고 교환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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