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올 2분기에만 약 7조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뒀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테더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한국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1일(현지 시간) 테더는 2분기 순이익 49억 달러(약 6조 8629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13억 달러 대비 약 277% 급증한 수치다.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발행 확대로 보유 중인 미 국채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이 늘어난 데다 비트코인(BTC)과 금 등 다른 투자 자산의 평가이익도 상승한 결과다.
테더는 고객이 USDT를 바꿔가며 예치한 현금으로 미국 단기 국채와 BTC, 금 등을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별도의 추가 비용이나 리스크 없이 발행량에 비례한 이자 수익과 자산 가격 상승분을 수익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USDT의 발행 수요는 미국과 홍콩 등 주요국의 법제화 움직임에 힘입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테더에 따르면 2분기 신규 발행된 USDT 규모는 134억 달러(약 18조 768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올해 누적 발행량은 200억 달러(약 28조 220억 원)를 넘어섰다.
발행량 증가에 따라 테더의 미 국채 보유 규모도 덩달아 확대됐다. 이날 실적 발표에 따르면 테더는 6월 30일 기준 전 분기 대비 약 80억 달러(약 11 2088억 원) 증가한 1270억 달러(약 177조 9397억 원)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발표한 5월 말 기준 한국 정부의 보유량 1242억 달러(약 174조 166억 원)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테더는 이번 2분기가 글로벌 확장의 주요 전환점이 됐다고 자평했다. 파울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가 디지털 달러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정립해나가는 가운데 테더는 수요에 대응할 뿐 아니라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며 "수십억 명에게 안정적인 달러 접근성을 제공하는 (테더의) 사명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스테이블코인 발행 확대와 이에 따른 미 국채 보유량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에서 USDT와 같은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단기 국채 수익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달력이 왜곡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