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에 이어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ETH)이 탄생 10주년을 맞는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더리움 역시 기존 최고가를 넘어 ‘디지털 원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한국 시각으로 31일 0시 26분 첫 블록 생성 1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해 재단은 전날인 30일 오후 11시 30분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10주년 기념행사를 전 세계에 생중계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서울을 비롯해 뉴욕·도쿄·런던 등 100여 개 도시에서는 이더리움 개발자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자발적인 커뮤니티 행사가 열린다. 올림픽 성화 봉송식을 연상시키는 대체불가토큰(NFT) 릴레이 전달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컴패니스마켓캡에 따르면 이더리움의 글로벌 시총은 약 4635억 달러로 비트코인(약 2조 3640억 달러)에 이은 2위다. 러시아계 캐나다인 비탈릭 부테린을 포함한 8인의 공동 창립자가 주도해 2015년 7월 30일 첫 블록을 생성하며 공식 출범했다. 이더리움은 개인 간 거래(P2P)를 위한 단순 화폐로 등장한 비트코인과 달리 복잡한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글로벌 인터넷’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특정 조건이 달성되면 거래가 자동으로 체결되는 스마트컨트랙트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중앙 관리자가 없어도 계약이 자동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이더리움의 구조는 이후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과 NFT, 밈코인, 실물연계자산(RWA)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블록체인 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면 이더리움은 ‘디지털 원유’”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더리움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시선에 들게 된 계기는 2021년 팬데믹 당시 불었던 이더리움 기반 NFT 열풍이다. 온라인 상호작용을 위한 디지털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고유한 식별값을 지닌 NFT는 그 자체로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자산으로 주목받았다. NFT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표적 NFT 프로젝트인 ‘크립토펑크’의 희귀 작품은 소더비 경매에서 130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에미넘과 저스틴 비버, 마돈나 등 유명 연예인들도 앞다퉈 NFT 구매를 인증하며 NFT 투자 열기를 더했고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 또한 NFT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NFT 열풍에 힘입어 이더리움 가격은 2021년 11월 4891달러까지 급등했다.
이후 NFT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며 1000달러대로 내려앉았던 이더리움 가격은 지난해 3월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기대감으로 3000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 사이 빠른 처리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앞세운 솔라나(SOL) 같은 경쟁 플랫폼들이 주목받으며 한때 30%에 육박했던 이더리움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들어 7% 수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운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여전히 2021년 종전 최고가를 넘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반전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이더리움 가격은 3791달러로 최근 한 달 새 약 60% 급등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 투자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디파이 프로젝트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현재까지 7만 개가 넘는 이더리움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이 법제화에 나서며 화두로 떠오른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이더리움이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절반 이상이 이더리움 기반이다. 이더리움 생태계 싱크탱크 이더럴라이즈는 “이더리움은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가장 과소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더리움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캐나다 헤지펀드 EMJ캐피털의 창립자 에릭 잭슨은 “이더리움이 현재 상승장에서 최소 1만 달러에서 최대 1만 5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거래의 일부가 전통 화폐에서 가상화폐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