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한 달 반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ETH)은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제한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확산과 기관 자산 토큰화 흐름을 계기로 ETH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0일 오후 1시 4분 코인마켓캡 기준 ETH 가격은 전일 대비 7.10% 오른 2777.01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BTC가 11만 1900달러를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한 데 따라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다. 그러나 BTC가 5월 22일 기록한 최고가를 약 45일 만에 넘어선 데 비해 ETH는 회복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ETH는 2021년 11월 기록한 전고점(4666.71달러) 대비 약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계기로 ETH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톰 리 펀드스트랫 매니징 파트너는 최근 코이니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은 실물 자산이 토큰화되는 레이어1(L1) 블록체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폭발적 성장과 로빈후드·코인베이스 등 기업들의 자산 토큰화 시도는 전통 금융보다 앞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이더리움에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약 49.67%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더리움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해 금융 업계에서 실사용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 ETH에 대한 수요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리 파트너는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ETH는 1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이끄는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를 통해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ETH 트레저리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토큰화를 장려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변화된 기조도 이더리움에는 호재다. 조셉 루빈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는 “겐슬러 전 SEC 위원장 재임 시절에는 토큰 발행이나 애플리케이션 구축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이제 그 시절은 지났다”고 진단했다. 올해 4월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이 새로 취임한 이후 SEC는 “토큰화는 시장 혁신으로 장려 대상”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이처럼 주식을 비롯한 다양한 실물 자산의 토큰화가 본격화되면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이더리움의 활용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 BTC에 비해 ETH가 대체 투자자산으로서 입지가 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현재 BTC 가격 상승 동력은 기관 주도의 매수세”라면서 “반면 ETH는 전통 기관에서의 전략적 위상이 BTC만큼 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ETH 스테이킹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활용을 적극 검토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어 ETH가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도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