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관투자가들이 가상화폐 예치(스테이킹)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가능성 같은 호재가 있는 이더리움을 선호하면서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25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이날 한때 개당 4953.73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4891.7달러)를 3년 9개월여 만에 갈아 치웠다. 이더리움이 4900달러 선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은 약 5980억 달러까지 불어나 마스터카드(5415억 달러)와 넷플릭스(5119억 달러)를 제치기도 했다. 다만 이더리움 가격은 이후 4600달러대까지 밀렸다.
비트코인은 개당 11만 2000달러 안팎에 머물러 있다. 사상 최고가인 12만 4500달러대와 비교하면 1만 달러가량 차이가 난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지난달 65%에서 최근에는 57%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가상화폐의 경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전환 시사에 투자 심리가 되살아났다. 비트코인도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직후에는 이더리움과 함께 상승세를 보이면서 11만 7000달러 선을 넘었다. 하지만 이후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과 방향성에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 같은 가상화폐 큰손들이 최근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22일(현지 시간) 기준 6거래일 연속 순유출이 발생해 약 12억 달러(1조 6635억 원)가 빠져나갔다. 반면 이더리움 현물 ETF에는 2거래일 연속 6억 2530만 달러가 유입됐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이더리움 스테이킹 ETF 허용이 임박한 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금융시장의 온체인화를 거론하면서 이더리움이 지배적인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산업 활황에 대한 기대감이 중첩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7년간 휴면 상태였던 비트코인 대형 지갑이 보유 물량 대부분을 처분하고 이더리움을 매수한 정황도 포착됐다. 제이컵 킹 웨일와이어 애널리스트는 엑스를 통해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한 익명의 대형 투자자가 최근 2만 4000개의 비트코인을 이동시켜 이날 하루에만 1만 2000개를 매도했다”며 “매도한 자금 대부분은 이더리움 매수에 사용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더리움이 5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쟁글 리서치팀은 “2016년 이후 이더리움이 8월에 상승한 해에는 모두 9월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현물 ETF 순유입과 재무전략 기업의 보유량 확대 등 기관 주도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