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점유율 2위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 서클의 히스 타버트 총괄 사장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방한 중인 타버트 사장은 22일 “한국인들이 디지털자산을 사고팔거나 해외 송금을 할 때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며 “한국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사람도 잠재적 수요자”라고 강조했다.
타버트 사장은 K팝·K컬처 등 문화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해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말에 “흥미로운 방안”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우리 집에도 한국 제품이 많다”며 “원화는 세계 기업이 한국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과 같은 한국 문화 콘텐츠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버트 사장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카카오페이와 두나무·빗썸·해시드 등의 관계자들을 두루 만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하나 이상 생기기를 희망한다”며 “원화 코인이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며 서클은 그러한 프로젝트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타버트 사장은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할) 가능성은 있다”며 “서클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널리 쓰이는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개인의 자유를 고려하면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화폐(CBDC) 대비 스테이블코인이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밝혔다. 타버트 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은 담보자산을 100% 쌓아둬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보수적인 자산”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CBDC나 예금 토큰만큼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테라나 루나가 담보가 전혀 없던 반면 USDC를 포함한 최근의 스테이블코인은 1대1 담보자산이 확보되고 모든 정보가 웹사이트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는 게 타버트 사장의 얘기다.
다만 그는 스테이블코인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타버트 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을 침해할 수 있다는 말에 “적절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며 “서클은 중앙은행과 신뢰하는 관계를 맺고 있고 각국 통화 규제를 존중하며 한국이 어떤 결정을 하든 준수할 것”이라고 답했다. 자본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모두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한다”며 “자본 통제의 경우 거래소와 중개기관이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버트 사장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중요한 전략적 기회”라며 “주요 은행 및 가상자산거래소, 대기업 등 여러 기관을 잠재적인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부 시대(Wild West)를 원하지 않지만 혁신은 계속돼야 한다”며 “혁신을 장려하는 동시에 건전한 규제를 통해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 등 규제 당국이 우려하는 사안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타버트 사장은 서클 고위 임원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관료 출신으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TFC) 위원장을 거쳐 2023년 서클에 합류했다.
- 김정우 기자,도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