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양대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네이버와 네이버페이, 업비트 동맹과 카카오 및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연합이 맞서는 형태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 사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우선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와 3400만 명이 이용하는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 간편결제 인프라에 앞으로 국내 1위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를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거래소까지 품게 되면서 스테이블코인 실사용을 위한 인프라를 완비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통화를 환전하는 과정에서 거래소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글로벌 3위의 유동성을 보유한 업비트가 최적의 유통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선임연구원은 “네이버가 업비트를 확보한 것은 분명히 유리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양 사가 보유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이 더해지면 스테이블코인 실사용 범위는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내년 1분기부터 검색과 쇼핑 등 주요 서비스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예정인데 이때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인 ‘기와체인’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네이버쇼핑과 네이버웹툰 같은 디지털 콘텐츠, 치지직 후원·구매, 제페토·스노우 등 글로벌 플랫폼 내 지불 서비스까지 스테이블코인과 연계할 수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간편결제 카카오페이, 인터넷은행 1위 카카오뱅크를 보유한 카카오그룹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국내 인구의 대부분인 약 4900만 명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갖춘 카카오톡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접목시킬 경우 초기 사용자 확보 면에서 강점이 크기 때문이다. 그룹 내에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 금융 계열사를 갖춰 사업에 필요한 플랫폼·결제·수탁이라는 3대 요소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실제로 카카오그룹은 최근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3개사가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내외 기업들과 사업 모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국인의 K팝·K컬처 관련 상품 결제 수요가 핵심 타깃으로 거론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올해 1~3분기 온라인 인바운드 해외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7.5% 급증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K팝 아이돌 열풍으로 외국인이 자국의 결제 수단을 이용해 국내 온라인 상점에서 상품·서비스를 구매한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카카오 TF는 최근 일부 지방은행과 접촉해 지역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협력 가능성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카카오가 스테이블코인을 원활히 유통시키려면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거래소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거래소 없이 자체 유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경우 네이버 대비 열세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카카오의 거래소 인수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실명 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코인원이 유력 후보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거래소 확보가 곧바로 유통 우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의 자기·특수관계인 발행 코인에 대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어 발행사가 보유한 거래소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직접 유통에는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방향이 양 사 경쟁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어떤 상품을 만들어 흥행시키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