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터] “비트코인 논문을 대표 집필한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두가 사토시입니다. 블록체인은 1,000년 내에 가장 중요한 발명으로 지금의 인터넷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줄 것입니다. 한국은 가장 혁명적 기술의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정부가 서둘러 막기보다는 더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국가간 암호화폐 가격차이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합니다.”
브록 피어스(Brock Pierce·38) 비트코인 재단 회장은 지난 12일과 13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완벽한 것이 없는 세상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세상의 모든 것을 업그레이드 시켜 줄 수 있다”며 확신에 찬 비전을 제시했다. “불투명한 것을 투명하게, 부패한 것을 부패하지 않게, 일시적인 것을 영속적으로, 불안한 것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의 철학인 ‘이 세상을 어떻게 더 낫게 바꿀 수 있을지’,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있고, 경제적·사회적 변화가 가능한지’ 등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브룩 피어스 회장은 아역 배우 출신 사업가다. 2001년 게임머니를 중개하는 ‘인터넷 게이밍 엔터테인먼트(IGE)’를 시작으로 게임사업을 하다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일찍부터 관심을 뒀다. 비트코인은 물론 이더리움과 이오스 등 주요 암호화폐 개발단계부터 지원 및 투자를 많이 했다. 현재는 암호화폐 관련된 150여개 기업의 창업자, 파트너 또는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전 세계 암호화폐 자산 보유 순위, 암호화폐 업계 영향력을 기준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와 구글이 공동 설립한 싱귤레리티 대학의 교수로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스탠포드, UCLA 등에서 강의했다.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하는 블록체인 캐피탈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2014년에 비트코인 재단 회장이 된 브록 피어스는 베일에 가려진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와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고 투자를 해 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피어스는 “비트코인 탄생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기여를 했고 사토시라고 꼽을 수 있는 주요 인물만 해도 대여섯 명은 된다”며 “논문(비트코인: P2P전자화폐 시스템)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표 집필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가 누구냐’라는 질문에 대해 피어스는 “본인이 밝히지 않기로 결정했고, 나는 그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그가 누군지 밝히는 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그가 똑똑하기는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우상화를 하려고 하지만 실망스런 측면도 있다”고 넌지시 얘기했다.
피어스는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고, 하나의 커뮤니티에서 같이 노력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 모두가 사토시”라며 “돈(money)에서 앞뒤에 있는 나(m과 y, my)를 빼면 하나(one)가 되는 것처럼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지금 1,000년에 한 번 오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인터넷은 보안 등의 문제로 10분의1도 제대로 못 쓰고 있다”며 “블록체인은 지금의 인터넷보다 최소한 10배는 더 중요한 기술로 새로운 인터넷,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안전하고 빠른 인터넷 세상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초고속인터넷망을 가장 먼저 구축했고, 게임 아이템 등 무형 자산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나라보다 암호화폐에 대해 더 많은 기회를 볼 수 있다”며 “어떤 것이든 1등이 되면 리더십이 생기고 마켓 리더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런 만큼 한국 정부가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1997년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을 앞세워 금지했다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업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금지했다면 석기시대처럼 살면서 경제도 안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암호화폐 가격차이, 일명 김치 프리미엄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너무 앞서 나가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곧 안정화될 것”이라며 “일시적 변동성을 이유로 산업을 가로막고 싹을 자르는 것은 현명한 판단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소비자 보호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고, 기술이 제대로 잘 쓰일 수 있도록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그렇다고 거래 자체를 막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강력한 힘을 가진 만큼 한 번 잘못 판단하면 그 결과도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기회’가 ‘최악의 결과’가 될 수 있는 만큼 서두르기 보다는 확실한 판단이 설 때까지 배우고 공부하고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암호화폐 호칭 문제, 가격의 버블 논란에 대해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여러 특징을 가진 새로운 것을 기존의 것으로 정의하다 보면 정확한 단어를 찾기가 힘들다”며 “또 모든 것의 가격이 내재적, 절대적 가치를 기준으로 결정되지 않고 사람들이 합의한 숫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비트코인이 금보다 낫다고 ‘합의’하면 금보다 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투명하지도 않은 주식, 채권, 외환시장의 버블이 더 큰 걱정”이라며 “비트코인을 돌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잘 몰라서 그런 것으로 배우면 생각이 바뀔 것”으로 자신했다.
피어스는 5년이면 블록체인이 세상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상 사람의 절반이 스마트폰을 쓰는데 10년이 걸렸지만, 블록체인은 5년 이면 세상의 절반을 바꿀 것”이라며 “암호화폐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커뮤니티의 리더십이 중요하고 누구든 세상을 더 좋게 변화시키겠다고 나서면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돈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나에게 억만장자(빌리언에어)는 1억명의 삶을 바꾸는 사람이지, 1억 달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우승호기자 derrida@
* 편집자주 : 브룩 피어스는 누구
브룩 피어스(Brock Pierce)는 1980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났다. 10대 때는 아역 배우로 토들러 광고와 여러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다. 18살 때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사의 부사장으로 4~6분짜리 인터넷 영상을 만들고 투자자로부터 8,8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유튜브보다 앞선 인터넷 영상 사이트였다. 2001년에는 IGE사를 창업해 한국과 미국, 유럽 지역에서 가장 큰 가상아이템 거래소를 만들었다.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1억 달러의 투자를 받는 등 총 5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피어스는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로 블록체인 캐피탈의 공동 창업자다. 이더리움에 가장 많이 돈을 넣은 투자자 중 한 명이고, 제3의 비트코인으로 불리는 EOS의 공동 창업자 겸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와 구글이 공동 설립한 싱귤레리티 대학의 교수로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밀켄 글로벌 컨퍼런스, 스탠포드, UCLA 등에서 강의했다.
* 참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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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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