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를 가할 때는 이유가 있습니다. 예상되는 피해를 줄이고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오히려 정부 규제를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스위스 블록체인 기술기반 서비스 기업 ‘지브렐 네트워크’의 야잔 바르구티 대표는 16일 기자와 만나 정부가 원하는 규제를 블록체인 시스템에 코드화해서 넣으면 사람이나 공공기관이 일일이 감시하거나 관리하지 않아도 정책을 시행할 수 있어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한국에서 스위스로 송금할 수 있는 금액이 1만달러로 제한돼있다고 하면 블록체인 시스템 자체에서 1만달러 초과하는 거래를 막도록 할 수 있다”며 “신용불량자나 신분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은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블랙리스트를 운영하기도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중앙 정부와 은행, 금융기관, 금융권을 감독하는 정부기관 등 여러 기관들이 이러한 거래 내역을 감시하고 관리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감시자가 따로 없이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야잔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탈중앙화가 정부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개인 간(P2P) 거래로 분산되는 점만 부각되면서 정부 혹은 중앙기관이 필요 없어진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전통 경제와 가상 경제를 연결해 자동화함으로써 법이 바뀔 때마다 이를 알아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해 정부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세한 조정은 블록체인에 맡기고 정부는 전체적으로 사회를 조망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브렐이라는 회사명도 하나님의 명령을 인간에게 전달해 천국과 인간 세상을 연결하는 대천사 ‘가브리엘’에서 따왔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철학을 담은 이름이다. 현재 지브렐은 중동 지역 바레인의 중앙은행, 아부다비의 글로벌 마켓 위원회, 두바이의 국제금융센터 등과 함께 금융 서비스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탈랄 타바 대표는 “스위스에서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위스에 법인을 등록했다”며 “중앙은행이 우리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는 규제정책과 어긋나지 않고 오히려 도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블록체인 시장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탈랄 대표는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려면 가장 먼저 해당 기술의 수용자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한국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가상화폐 시장 점유율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3~4년 내에 폭발적으로 블록체인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백주연기자 nice89@
- 백주연 기자
-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