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에 아기를 목욕시킨 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면 안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투기 가능성을 규제하려다 발전 가능성까지 버려서는 안 됩니다.” (김진화 코빗거래소 공동설립자)
“주식은 이해관계자끼리 이익을 나누고 끝입니다. 반면 토큰은 이익을 나누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생태계에 기여하는 사람에게 대가를 제공합니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14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8 TV조선 국제 포럼’의 두번째 세션 ‘암호화폐(가상화폐)의 미래와 정책 과제’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근의 암호화폐 투자 환경이 “버블이 맞다”고 진단했다. 다만 붕괴 이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육성해야 할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 세션에서는 전 위원장의 진행으로 김 공동설립자와 에반 카론 스위치토큰 최고경영자(CEO), 밀라 포포비치 세계여성블록체인협회 회장, 이알 오스터 모멘텀 공동설립자,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김태봉 한국핀테크협회 부회장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 공동설립자는 “김대중 대통령 때 인터넷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쏟아졌던 과잉 투자를 생각하라”고 했다. “암호화폐는 버블이 맞지만 모든 버블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암호화폐가 투기 놀이터로 보여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제시하는 지속 가능성을 버리면 안 된다”며 “아기를 목욕시킨 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면 안 된다는 탈무드 격언처럼 투기 가능성을 규제하려다 발전 가능성까지 외면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가 만드는 지속 가능한 경제모델이란 무엇일까. 전 위원장은 “흔히 ICO는 주식에 비유되는데 주식은 이해관계자끼리 이익을 나누고 끝나는 반면 암호화폐는 생태계에 기여하는 사람에게 대가를 지불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암호화폐는 참여자 모두에게 미래 가치를 담보하는 일종의 어음을 골고루 나눠 민주주의가 잘 형성된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좋은 분야로는 에너지 산업이나 교육 산업과 같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곳이 꼽혔다. 카론 CEO는 “경제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실제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블록체인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에너지 시장에서 암호화폐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보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공동설립자 역시 “현재의 화폐 경제 체제에서는 돈이 되는 곳에만 투자해 경제 자원이 투입되지 않는 곳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웠다”며 “이와 달리 토큰이 보상이 되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기후 변화나 공유지의 비극과 같이 기존에 상대적으로 외면받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의 미래 방향을 진단하는 발언도 나왔다. 오스터 모멘텀 공동설립자는 “암호화폐는 리워드 포인트와 같다”며 “암호화폐를 실제 제품과 교환해주는 회사가 있다면 그 코인은 내재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그는 “전통적 브랜드가 암호화폐 프로토콜을 뒷받침하고 상호 호환이 되게 하면 암호화폐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표 대표는 “ICO 버블이 가라앉는 재앙의 날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재앙의 날 이후 살아남는 코인은 이오스, 카르다노, 이더리움과 같이 DApp이 돌아갈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기업이 최소한 엿이라도 바꿔줄 수 있는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이 있는 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는 보안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전자지갑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며 구체적인 관련 산업을 지목하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기술이 기대치를 따라갈 수 없을 때 버블이 생긴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언젠가 투자자 기대를 꺾는 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은 끊임없이 발전해 결국 20년 뒤에는 아무렇지 않게 블록체인 기반의 송금을 하는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황보수현 인턴기자 soohyeonhb@decenter.kr
- 황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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