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특허를 선점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신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 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21일 특허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월 말 현재 한국과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지식재산 선진 5개국(IP5)에 공개된 총 1,248건의 블록체인 관련 특허 가운데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전체의 78%를 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중국은 가파르게 출원 건수를 늘려가며 2016년 미국을 앞지른 후 계속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전체의 8%로 격차가 컸다. 미국은 은행 등 금융기업의 출원이 활발한 반면 한국은 금융기업의 출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특허 출원이 봇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두 나라 정부가 일찌감치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이들을 위한 5가지 행동 요령을 게시했다. 프로젝트에 블록체인이 정말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 등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 경쟁을 수호하기 위한 블록체인 전담 그룹을 만들었다. 2016년에 블록체인을 민간에 알리기 위한 공개 포럼도 개최했었다.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에 천문학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CO(암호화폐공개)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쇄하는 등 암호화폐에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은 전폭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정부 중심으로 구축된 탈중앙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다. 2016년 2월 중국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디지털 통화를 발행한다면 정부 주도일 것”이라면서도 “블록체인은 선택 가능한 대안”이라 말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공업정보화부는 ‘중국 블록체인 기술과 응용발전 백서’를 발간하면서 민간 산업계에 블록체인 산업 발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두 달 후인 12월 국무원이 발표한 ‘13차 5개년 국가정보화규획’에는 블록체인이 중점 육성돼야 할 기술로 포함됐고,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와 같은 중국 기업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물류, 유통, 헬스, 기부 산업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폭넓게 적용하는 중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아직 민간에 명확한 블록체인 산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공공분야 중심으로 막 지원을 시작했다.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전자투표, 전자문서발급, 부동산 스마트계약 등 6개 분야에서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선정하고 42억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조폐공사는 지난 6일 올 하반기까지 블록체인을 이용한 신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선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은 “블록체인 분야는 기술개발 초기로 지금이 핵심·표준 특허를 선점할 수 있는 적기”라며 “R&D 관련 부처와 협조해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R&D 전략 수립 등 특허전략 컨설팅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겠다”고 말했다. /황보수현 인턴기자 soohyeonhb@decenter.kr
- 황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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