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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넥스트]③탈중앙화와 거버넌스로 만드는 금융 민주화

영혼이 있는 암호화폐로 거듭나기 위하여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

비트코인이 탄생한 배경을 다시 돌아보자. 2008년 리만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소수가 쥐고 흔든 금융 시스템은 너덜너덜해졌다. 비트코인은 소수 금융 권력이 아닌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만드는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 탈중앙화는 바꿔 말하면 ‘금융 민주화’였다. 기술로 물리적인 탈중앙화를 만들고 합의를 통해 금융 민주화를 달성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런 탈중앙화 정신을 배신한 사건이 2018년 11월 일어났다.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Hard Fork)한 비트코인캐시(BCH)가 재차 나눠었다. BCH 개발자 집단이 둘로 갈라져 해시파워 전쟁을 감행했다. ‘비트코인ABC’와 ‘비트코인SV’로 나뉜 이 전쟁은 탈중앙화에 대한 배신이었다. 해시파워를 지닌 개인 간 싸움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암호화폐 시장은 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그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면서 ‘암호화폐 겨울’을 만들었다.

비트코인이 나온 지 10년 동안 이질적인 생각과 욕망이 한 데 뒤섞였다.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 생태계는 초기 정신과 너무 멀어졌다. BCH 하드포크 전쟁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BCH 보유자 의사와 상관없이 소수 입장만 관철됐다. 비트코인 탄생 정신에서 ‘탈선’했다. 리먼 사태와 금융위기처럼 이해당사자가 소외됐다. 하드포크가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장단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등 여러 숙의가 이뤄져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거버넌스’가 작동하지 못한 채 채굴력을 지닌 사람 중심으로 논의와 결정이 이뤄졌다. 피해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는 배제당했다.



이는 아이러니이자 큰 문제다. 리먼 사태가 금융 권력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피해를 준 것처럼 금융 민주화를 내걸고 나온 암호화폐가 같은 사태를 빚었기 때문이다. BCH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순 없다. 채굴은 과점 체제화됐고 탈중앙화라는 철학을 배신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폭락은 업계가 기존 금융 시스템을 비판하면서 괴물이 된 것에 경종을 울린 집단지성의 발현일 수 있다.

니체가 한 말을 곱씹어보자.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네 안으로 들어가 너를 들여다본다.”

BCH 하드포크는 본질적인 위기였다. 하드포크는 화폐 유통 공간(범위)이 두 개로 쪼개지는, 즉 커뮤니티가 갈라지는 것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브렉시트’를 떠올려볼 수 있다. EU가 하나의 화폐 공간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있다. 화폐 공간을 쪼개는 것보다 단일화했을 때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에 거버넌스가 있다. 탈중앙화와 맞물려 ‘어떻게 합의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보스코인이 ‘의회’(Congress)를 만든 이유가 그것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이자 특징은 다양성이다. 이질적인 생각이 섞여 더 좋은 것이 나올 수 있다. 1인 1표에 기반을 둔 보스코인 의회는 탈중앙화된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다수의 이해관계를 수렴하는 민주적인 합의가 작동할 때 가치 체계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본질에 저항하고자 한 비트코인의 고민과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토마 피케티가 말한 불평등의 장기화 등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2008년에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 고민을 이은 블록체인 업체와 커뮤니티는 그 대담한 시도에 답을 내고 있는지, 과거로 돌아간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우리 정치를 거칠게 빗대자면, 2017년 1월 새누리당에서 하드포킹이 일어나 바른정당으로 쪼개졌다. 결과적으로 두 정당은 지지율 측면에서 보면 거의 망했다. 말만 내세운 성찰만 있었을 뿐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외면한 결과였다.

BCH 하드포크 사태를 보면 커뮤니티 내부 토론과 합의 노력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관철할 거야’라는 개인 욕심만 두드러졌다. ‘리먼 욕하더니 블록체인계의 리먼을 만들었느냐’는 비판은 정당하다. 다양하게 섞인 이해관계를 수렴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다. 앞으로 이런 일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관건은 커뮤니티가 얼마나 단단한가이다. 커뮤니티에 집중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는 주주 가치 극대화를 무너뜨리는 ‘금융 민주화’에 있다고 본다.

금융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주식회사 시스템을 모방하는 것은 블록체인 철학에 대한 배신이다. 골드만 삭스 회장이나 시골 촌부 각자가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하는 주체로 서야 한다. 특정인에게 권력이 과하게 편중돼선 안 된다. 이것이 암호화폐가 가진 진짜 힘이자 지향하는 방향이다. 부의 편중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풍요로움을 생산할 수 있는 기제로 블록체인은 작동해야 한다.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 계좌 뒤로 숨어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패권 다툼과 작별하라는 것이 폭락 장세의 메시지일 수 있다. 탈중앙화와 거버넌스는 결국 민주주의라는 정치와 사회 체제와 관련돼 있다. 암호화폐를 단순히 경제로만 봐선 제대로 볼 수 없다. 영혼이 있는 암호화폐는 가능하다.
/최예준 보스코인 대표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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