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을 자주 하시는 분들이라면 느끼실 겁니다. 현재 송금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얼마나 많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지를요. 오직 스위프트(SWIFT)를 통해서만 송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스위프트를 넘는다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선택권을 드리고 싶어 저희만의 송금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해외송금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레밋(Remiit)의 정재웅 CFO는 지난 12일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CFO의 설명처럼 현재로서는 국가 간 해외송금을 위해선 국제 전산망 스위프트를 거칠 수밖에 없다. 1973년 유럽과 북미의 240개 금융회사가 회원사 간 결제업무를 위해 만든 스위프트는 현재 1만1,000여 개 금융 회사와 중앙은행 및 기업들이 가입해왔다.
스위프트가 독점적으로 해외송금업을 지배해왔으나, 사실 스위프트를 이용하는 데에는 많은 불편함이 있다. 완전한 중앙화 구조를 지닌 스위프트를 통해서는 여러 중개은행을 거치야 하며, 따라서 이용자들은 수수료가 어떻게 할당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 또한 스위프트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송금받는 은행의 코드와 주소까지 미리 알아가야 하고 송금에 무려 3일이 걸린다는 불편함도 있다. 더불어 결제를 위해 필요한 ID 역할을 하는 스위프트 코드는 외부에 공개되어 있어 해킹 위협에도 노출되어 있다.
레밋은 이러한 스위프트의 독점권에 도전하고 있다. 정 CFO는 “레밋의 전신인 블루팬(Bluepan)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1분기까지 비트코인(BTC)을 활용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진행해왔다”며 “비트코인과 개인 암호화폐 지갑을 활용하면 여러 중개은행과 스위프트를 통하지 않고서도 낮은 수수료를 통한 빠른 해외송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고 해외 송금파트너를 개척하는 데 높은 신뢰와 계약 비용이 필요했다”며 “이 점이 블루팬 서비스를 중단하고 레밋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레밋은 기본적으로 해외송금업을 원하는 은행이나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다. 레밋의 토큰 이코노미는 레미(REMI)와 렘디(REMD)라는 두 가지 토큰을 활용한다. 레미는 외부 거래소에 상장돼서 레밋 서비스 이용에 활용할 수 있는 토큰이고, 렘디는 내부 해외송금서비스에 활용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해외송금업을 원하는 파트너사는 외부 거래소에서 레미를 구매해 레밋의 스마트 콘트랙트(RSC)에 스테이킹을 하고 일정 비율로 렘디를 발급받는다. RSC는 이를 수취 에게 전달해 해외송금을 완료한다. 이때 렘디는 스테이블 코인이기 때문에 타 암호화폐들처럼 변동성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내부 생태계의 인센티브로 작용하게 된다. 정 CFO는 “현재까지는 IEO(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공개)로 레미를 론칭한 상태고, 올해 3분기 내로 초기모형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준비하며 어려운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정 CFO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는 건 언제나 어렵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더욱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암호화폐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과 위축된 투자심리도 어려움이 되었으나, 국가별 해외송금 파트너를 만들어야 하는 레밋의 입장에서는 국가별로 다른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해외송금이 완전히 허용되고 있지만, 또 다른 나라에서는 제한적이라거나 완전히 불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CFO는 “해외송금 플랫폼이라는 사업 특성상 이러한 모든 규제를 준수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했고, 지금은 일본, 싱가폴, 필리핀, 한국 등 네 국가에서 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준비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재웅 CFO는 “레밋은 소비자에게도, 해외송금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에게도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위프트를 완전히 대체한다거나, 스위프트를 사용하는 모든 고객들을 우리가 유치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비싼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해외 노동자들이나 당장 급하게 돈을 보내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레밋 서비스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모인(MOIN)이나 센트비(Sentbe)처럼 해외송금업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며 협업을 통한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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