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온 가운데, 관련 업계는 페이스북의 행보가 암호화폐 이용자 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 같은 ‘고래’도 토큰 이코노미를 제대로 설계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보해야만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는 다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산업 진출 소식을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회사 왓츠앱의 송금 서비스에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할 계획이다. 현재 페이스북은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들과 상장 관련 논의를 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암호화폐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비트코인이 실패한 바를 페이스북이 이루려고 한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기업이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할 경우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확보하지 못한 주류 소비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 이후 왓츠앱 이용자 15억 명이 암호화폐 이용자로서 유입될 것이라는 추측도 연이어 제기됐다. 지난달 페이스북이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을 통합하겠다고 하면서 22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실사용자들도 암호화폐를 쓸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토큰 이코노미를 제대로 설계해 페이스북 코인을 쓸 이유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토큰 이코노미 설계 기업 디콘의 관계자는 “페이스북처럼 어마어마한 기존 이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토큰을 발행할 경우,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혜택을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이용자들의 철학과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토큰을 발행해야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기존 이용자들이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큰 이코노미 컨설팅 기업 비크립토의 김문수 대표도 “리버스 ICO 기업의 경우, 기존 고객을 열정적인 지지자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용자들을 위한 토큰 이코노미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페이스북의 코인 발행에선 암호화폐 등장의 기반인 탈중앙화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비인크립토는 “페이스북은 왓츠앱, 메신저, 인스타그램에 중앙화된 통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탈중앙화 정신을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없이 개인과 개인이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며 “페이스북 코인 같은 중앙화된 암호화폐는 사람들의 재산, 프라이버시, 자유를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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