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주류로 편입하기 위해선 탄탄한 경제 매커니즘(mechanism)이 기술에 덧입혀져야 합니다. 매커니즘 없는 블록체인은 트랜잭션 비용을 절감하고 품질을 보장하는 정도의 기술로 남을 겁니다.”
13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된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 2019(Consensus 2019)’ 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 교수들은 ‘디지털 골드에서 계약 이론으로: 주류 채택의 경제학(From Digital Gold to Contract Theory: The economics of Mainstream Adoption)’이라는 주제로 입을 모아 이같이 말하며 블록체인의 장·단점을 논했다.
조슈아 간스 토론토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매스킨 교수의 논리에 동의했다. 간스 교수는 “블록체인이 가치 있으려면 수요가 있어야 하고, 수요가 있으려면 매커니즘 디자인이 잘 짜여야 한다”며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이 나오면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 ‘이 기술이 기존의 것을 어떻게 최소화해주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경우엔 인증에 들어가는 비용과 네트워킹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고려해 매커니즘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약 이론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16년 노벨상을 수상한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모든 경제 관계가 계약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계약 과정의 투명성이 잘 드러나고 상호 간 합의가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인데, 계약(Commitment)은 블록체인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각기 다른 블록체인의 성격에 활용해 창의적인 매커니즘을 만들 수도 있다. 매스킨 교수는 “공개 블록체인과 비공개 블록체인은 옥션에서 활용될 수 있다”며 “옥션에서는 상대방이 나의 베팅 금액을 인지하는 것에 대해 예민하기 때문에 비공개 블록체인을 통해 베팅 금액은 숨기되, 검증이 필요한 부분은 공개 블록체인으로 구성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먹 교수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화폐의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그는 “화폐의 3대 기능은 교환의 매개와 가치의 저장수단 그리고 가치 척도”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비트코인은 이러한 기능에서 동떨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가치의 저장 수단에 대해 그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인지할 수 있다면서도 “저장 수단 역할을 하기에 비트코인은 너무도 불안정하며 화폐의 가치는 몇 날 며칠이 지나더라도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스킨 교수도 암호화폐에 대해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그는 “암호화폐가 일부 사회적 기능을 저해할 수도 있다”며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다 보니 가장 많이 이슈가 되는 분야는 은행이다. 그러나 은행에는 은행만이 가진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자금 상황에 따른 대출 서비스 등 수 많은 서비스를 통해 어떤 기업이 전도유망한지 가려내는 등 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활용하면 개인 간 거래가 활성화돼 은행이 필요 없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사회적 순기능을 역행해가며 생태계를 꾸리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뉴욕=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 yjk@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