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게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이 있다.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다. NFT는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특수성을 부여한다. 블록체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저들은 자신의 아이템이 게임 속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반면 NFT의 등장으로 유저들은 자신의 아이템이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이라는 걸 입증할 수 있게 됐다. 가상 세계에서도 현실처럼 희소성을 통해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e스포츠 팀 젠지(Gen.G)의 회장이자 블록체인 플랫폼 포르테(Forte)를 총괄하고 있는 케빈 추(Kevin chou)는 이처럼 NFT가 게임 산업을 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시선에 의문을 던진다. 지난 1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코리안블록체인위크(KBW 2019)의 메인 행사 디파인(D.FINE)에서 그는 “게임 속에서 유통되는 아이템들이 모두 대체 불가능하고, 고유하다면 개발자는 원활한 게임을 만들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NFT가 갖는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케빈은 게임 생태계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대체 가능한’ 자산들이 유동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게임 속에는 돈, 보석, 무기 같은 다양한 자산들이 존재한다”며 “유저들이 소유할 수 있는 특수한 아이템들은 분명 게임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지만, 그렇게 많이 필요하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10만 개의 NFT가 게임 속에서 매매된다면 게임 개발자는 원활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게임은 오래전부터대중채택(Mass Adoption)을 이끌어낼 분야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일반 게임과 견주었을 때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점, 도박 성향이 짙다는 점은 늘 문제로 지적받아왔다. 케빈은 이 같은 상황에 “많은 사람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등장하고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자마자 전에 없던 새로운 게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블록체인은 게임을 뒷받침해주는 기저에 깔린 기술이기에 직접 대중채택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많은 사람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선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아닌 기술과 더불어 ‘새로운 경제디자인 툴’과 ‘재미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케빈은 “블록체인을 써서 게임을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플레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일반 게임시장에서 그렇듯 마케팅에도 투자해야 하고 규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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